Page 73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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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그 서신들에서는 ‘구원에 있어 율법 지킴이 필요한가?’의 문제가 게재되니까 바울이
법정 언어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데살로니가전서나 고린도전서의 상황에서는 바울이 ‘구원을 위하여 율법 지킴이
필요하다’라는 유대주의자들의 주장과 맞서 논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데살로니가전서에
는 ‘율법’이나 ‘죄’라는 말이 한 번도 안 나옵니다. 그 대신 데살로니가와 고린도에서의 문
제는 헬라인들의 우상숭배와 음행 등 ‘더러움’(impurities)과 ‘부끄러운 행위들’(shameful
acts)입니다. 그러기에 구원을 (우상에게가 아니고) 하나님께 바쳐짐과 죄의 오염과 수치를
씻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 서신들에서는 ‘성화’의 개념
을 더 많이 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울의 복음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입니다. 같은
복음을 선포하되 각 회중의 필요에 적절한 그림 언어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이미 데살로니가전서와 고린도전서에도 칭의론이 암시되어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바울은 데살로니가전서에서도 ‘칭의’ 범주의 틀(즉, 최후의 심판에서 하나
님의 진노로부터 구원을 받음)을 유지하고(1:10; 3:12~13; 5:9~10 등), 믿음을 강조하여 칭
의의 구원을 믿음으로 얻음을 암시하지만(1:3, 7, 8; 2:4, 10, 13; 3:2, 5, 6, 7, 10; 4:14; 5:8), ‘
성화’의 언어를 강조하여 쓰고(2:10; 3:13; 4:3, 7; 5:23; 참조. 또한 살후 2:13; 하나님의 ‘부
르심’ 또는 ‘선택’의 언어에도 유의: 살전 1:4; 2:12; 4:7; 5:24), 최후의 심판에서 ‘책망할 것
없음’(아멤프토스, amemptos)이나 하나님의 ‘신원하심’(에크디코스, ekdikos)이라는 법정
적 언어들(즉, 칭의의 언어들)도 ‘성화’와 연결하여 쓰고 있는 것입니다(3:13; 4:6; 5:23).
고린도전서에서도 헬라 그리스도인들의 우상숭배와 음행 등을 염두에 두고 ‘성화’의 언어
를 강조하여 쓰되, 칭의의 언어와 함께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고전 1:2, 30; 6:1~11; 참
조. 3:17; 6:19; 7:14, 34; 고후 1:12).
로마서에서 바울은 복음을 주로 ‘칭의’의 범주로 설명하지만, 1:18~32에서 그려 낸 이방인
들의 우상숭배와 음행 등 ‘더럽고’, ‘부끄러운’ 행위들을 염두에 두고 ‘성화’의 언어를 삽입
하여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롬 6:19~22; 12:1).
그런데 로마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3장에서 바울은 그의 이방 선교의 상황에서 유대주
의자들에 대항하여 사람들(특히 이방인들)이 율법의 행위로가 아니라 복음을 받아들임/믿
음으로 의인이 된다는 복음의 원리에 대한 논증에 치중하는데, 거기서 칭의란 마치 구원의
시발점(믿는 자 되어 죄 용서받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로 회복됨—칭의의 과거)만을 지
칭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로마서 5~8장에서 실제로 바울은 칭의의
현재적 평면과 미래적 평면도 함께 설명하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신학자들은 그 장들을 칭
의와 관련해서 생각하지 않고 칭의 뒤의 구원의 단계로 설정한 ‘성화’와 관련해서 이해해
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한편 ‘칭의’가 함축하는 구원의 현재는 무시하고, 그것이 믿음/세례 때 이
미 일어난 구원만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다른 한편 ‘성화’가 믿음/세례 때 이미 일어
난 구원을 지칭하여 더 많이 언급된 사실은 무시하고, 그 언어가 구원의 현재 단계와 관계
하여 쓰이는 몇 구절들에 집중하여 ‘성화’는 구원의 현재 단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칭의와 성화를 구원의 서정에 있어 앞뒤 단계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 된 데는 데살로니가전서 3:13; 4:3~8; 5:23과 로마서
6:19~22, 특히 후자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로마서 6:19~22의 요점들을 간추리면,
19b 전에는 너희가 너희 지체를 부정(不淨, 더러움)과 불법(하나님에 대한 반
란)에 종으로 내어 주어 불법에 이른 것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