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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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서 있는 것도, 즉 사탄의 통치 아래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계속 하나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행하는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 ‘의의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도 성령
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종말에 하나님의 최후의 심판석 앞에서 우리의 칭의의
완성도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우리의 칭의는 오직 삼
위일체적 하나님의 은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믿음으로만 덕 입는 것입
니다(은혜로만/믿음으로만).
그리스도의 복음의 이 진리는 구원론적 기본 의미 외에 중요한 사회적, 선교적, 문화적 의
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은혜로만/믿음으로만 칭의되고 구원받음의 복음은 구원에 있어 또
는 하나님과 관계함에 있어 인간이 개인적으로 타고난 것이나 성취한 것 모두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듭니다. 즉, 어떤 인종, 어떤 성, 어떤 사회적 신분으로 태어났는가가 무의미하며,
누가 지식, 선행, 권세 등을 얼마나 성취했는가도 무의미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바울은 자
신들의 언약 백성임과 율법 지킴을 신뢰하고 자랑하는 유대인들이나 자신들의 지혜/지식
을 신뢰하고 자랑하는 헬라인들을 향해 ‘육신’을 자랑한다고 비판하며, 예레미야 9:22~23
을 인용해 “자랑하는 자는 [우리를 은혜로 구원하시는] 주[만]을 자랑하라”라고 되풀이하여
타이르는 것입니다(롬2:17~20; 3:27; 4:1~2; 5:11; 고전 1:29~31; 고후 10:17; 갈 6:14; 빌
3:3).
그러기에 바울은 은혜로만/믿음으로만 칭의 되고 구원받음의 복음은 그것을 믿는 유대인
들에게나 이방인들에게 똑같이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힘이라고 선언하며(롬 1:16),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속의 질서(또는 새 창조의 질서) 안에서는 옛 창조의 전형적인 구분
들, 인간들 간에 차별과 불의 및 갈등을 가져오는 인종적 구분(유대인과 이방인), 성적 구
분(남과 여), 사회 신분적 구분(자유인과 노예)이 해소되어, 다 하나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갈 3:28; 고전 7:19; 12:13; 골 3:11).
그러기에 바울은 이방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여 믿음을 가지고 나아오는 이
방인들로 하여금 믿는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의인으로 칭함을 얻도록 하고, 하나님의 거
룩한 백성이 되게 한 것입니다. 에베소서 2:11~22은 바울의 칭의의 복음(엡 2:1~10)을 통
한 이방 선교의 열매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믿는 이방인들과 믿는 유대인들이
하나님께 화해되고 서로에게 화해되어 함께 하나님의 나라의 시민들이 되었으며 하나님의
가족의 식구들이 되었음을 기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은혜로만/믿음으로만 칭의 되고 구원받음의 복음은 온 세계 모든 민족에게 선교를
가능하게 합니다. 아니, 요구합니다. 더 나아가 모든 인종 차별, 성 차별, 신분적 차별을 무
효화합니다. 그래서 그 복음의 정신에 따라 바울은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을 차별 없이 대했
을 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전적으로 동등한 가운데 서로 섬기는 관계라고 가
르치며(고전 7:1~16), 여자도(복장을 단정히 하는 한) 교회의 남녀 혼합 예배에서 설교할
수 있게 하였으며(고전 11:2~16), 빌레몬에게 그의 종 오네시모를 돌려보내면서 그를 이제
노예가 아니라 형제로 받으라고 권고한 것입니다(몬 1:15~16).
바울은 이렇게 인종 차별, 성 차별, 신분적 차별을 무효화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
로 1세기 당시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사회적, 문화적 혁명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후
그 복음은 그 복음을 오랫동안 듣고 산 민족들 가운데 만민의 동등한 인권 의식이 싹트게
하였으며, 결국 노예해방과 여성해방이 일어나게 하였습니다. 즉, 모든 인류의 보편적 인권
의식과 노예해방과 여성해방으로 가장 현저히 특징을 나타내는 기독교 문명을 낳게 한 것
입니다. 이것이 ‘은혜로만/믿음으로만’ 이루어지는 칭의의 복음의 ‘효력 발휘의 역사’ 또는
‘영향사’(Wirkungsgeschichte)입니다.
유럽과 미주의 실제 역사에서는 성령에 의한 복음의 이 해방의 역사가 사탄적인 인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