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PHOTODOT 2017년 5월호 VOL.42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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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hansan 1702, 107x16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7



                         가치를 지켜내다                                    여주는 사진 작업을 통해 한국 산에 내재된 숨은 가치들을 알리고자 했다.
                  그가 자주 갔던 인왕산 가까이에는 겸재 정선이 그린 수성동 계곡이 있었다.          그는 자연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므로, 카메라를 이용해 자연의
                  이곳에는 1971년에 지어진 옥인아파트가 있었는데, 2009년에 수성동 계곡         작품을 그대로 흡수하고 그걸 전제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담아내는 데
                  을 조사해본 결과, 아파트 다리 밑에서 겸재 정선이 그린 수성동 작품 속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자연은 그의 영감과 작품 그 자
                  등장하는 돌다리 두 개가 발견되었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1,060억 원을 들         체이다.
                  여 아파트를 철거하고 작품 속 풍경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는 이를 지켜보며          산에는 그동안의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백운산장은 3대 째 이어온 유
                  고전의 가치가 우리가 사고 있는 현재의 환경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           일한 민간 운영 산장이자 우리나라 1호 산장이다. 하지만 5월 23일부로 북
                  했다. 그가 〈인터뷰 설악산〉을 작업한 계기는 설악산의 정신적인 가치를 살          한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 기부채납을 약속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리기 위해서였다. 설악산 개발 계획에 의해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야기되자           상황이다. 1924년부터 시작된 북한산 백운산장은 오랫동안 산악인들과 시
                  자연환경을 해치고 산에 담긴 종교적, 역사적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           민들의 쉼터이자 구조본부이며, 인수봉을 비롯한 암벽등반의 출발점과 귀환
                  고 생각한 그는 설악산의 가치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점이 되어온 곳이다.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만나 50년 넘게 산장을 운
                  〈월천리 솔섬〉, 〈인터뷰 설악산〉, 그리고 이어지는 〈백운산장〉은 모두 자연        영한 노부부의 국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공간이었다. 단순한 휴게
                  의 가치를 살리고 지켜내기 위해 그가 해온 작업들이다. 그는 시각화해서 보          시설이 아니라 산악인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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