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김소혜잡지워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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ӣࣗഌ ѓ۞ܻ                                <수필 부문>









                       5년 그리고 빗물




                       창문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빗소리에 밖을 내다본다. 그곳에는 바쁘게 살아가는 학

                     생들과 직장인들이 이른 아침에 이렇게 갑자기 내리는 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모두 가방을 머리에 이고 지붕 밑으로 혹은 건물 안으로 숨기 바쁘다.
                       빠르게 떨어지는 빗물은 어느새 메말라 있던 바닥을 적시고 살짝 열려 있던 창문

                     틈 사이로 축축한 땅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어느새 하얗던 보도블록은 짙은 회색으
                     로 변하고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숨었는지 텅 빈 거리에서는 바닥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만 맴돈다. 빗소리는 더욱 빨라지는데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간다.

                       5년이라는 시간이 그랬듯이.


                       기다려왔다.


                       5년 전, 1월 달에 마주했던 101명의 소녀들과 4월 달에 함께 꽃길을 걸어가기로 약

                     속한 11명의 소녀들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누군가 물어보면 어제 있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때는 몰랐었는데, 그렇게 시간이 빠를 줄.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기다림이 길 줄.


                       계속해서 2년, 3년 아니 계속 함께 11명의 소녀들과 걸어 갈 수 있었을 거라고 믿

                     었던 꽃길은 어느새, 열한 개의 길로 흩어졌다.


                       그날도 비가 왔다. 함께 했던 마지막 자리, 긴 기다림을 약속한 마지막 자리에서 그

                     녀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때에도 비가 내렸다. 콧잔등을 걸쳐 목을 타고 흘러내리
                     던 빗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듯 아직도 선명한 촉감을 가져다준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꿈에서 깨면 소녀들을 처음 마주
                     하던 때로 돌아가길 바란 적이 있다.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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