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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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행안면 이야기➋                가난의 굴레 속에서도 동네에서 구잡스럽기 이를 데 없는 이강만과
                                          김홍기 등 우리 셋은 말썽꾸러기였다. 신작로 갓길 백용기씨 집 뒤

                                          안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큼직한 함지박 고추장 담궈 놓은 단지 속
                                          에 꾀벗은 채 들어갔다. 세 놈이 절푸덕거리고 모래 자갈을 퍼다가
                                          넣고는 짓이기며 난장질을 쳐놓았다. 고추 끝이 쓰리고 아픈데 그
                                          곳을 움켜쥐고 인근 도깨비 둠벙에 뛰어들어 씻고 털어냈지만 화끈

            거리며 아려서 혼쭐이 났었다. 일본 기마대 순사들 너댓 명이 큰 갯똘 물에서 멱감고 물놀이할 때
            장벌뚝에 벗어놓은 옷가지를 언덕 밑으로 기어가서 이강만과 함께 제복을 겁도 없이 훔쳐다가 새
            별등(큰 별 세 개가 떠올랐다는 지명) 농수로 시궁창 뻘흙 속에 짓밟아 쳐넣고 도망친 기억도 난
            다. 큰다리목 삼거리 전주관 기생 술집에서 북장구치며 니나노 술타령 판을 걸쭉하게 벌이고 놀던

            일본인 순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이 벗어놓은 길다란 가죽장화 구두 속에 아부라(콜타르)를
            한 국자씩 쏟아넣고 도망쳤던 심술꾸러기들이었다.(본문  중에서)












           내 젊음은 행안 삼간평에서







            고삼곤 통일부 통일교육원 전임교수

















              부안 서문 밖 서쪽 세미산 잔등 넘어 십리길, 200여                  바닷물이 들랑거리는 갯벌 흙을 짓이기면서 오리새끼
            년 전 바다 갯벌을 틀어막아 농경지가 된 들녘 마을 행                    마냥 꼬맹이들과 함께 개구리 수영 멱 감고 꼬막 캐고
            안면 삼간평이 필자의 출생지다. 1936년 2월 군산에서                   망둥어와 꽃게 새끼 잡으면서 뛰놀았다. 천수답 빈농
            이곳으로 이거하여 천수답 소작농으로 가난의 굴레 속                      가 소작농으로 해마다 보릿고개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에 도랑물을 식수로 음용하였다. 어린 시절 날만 새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022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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