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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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합세해 그놈을 붙잡고 밑 터진 가래바지 사이에 붉
            주재소장 아들에게                                         어진 탱자 두 가마니를 칼로 힘껏 내리쳤다. 그 녀석은

            몹쓸 짓을 하다                                          두 눈을 황소 눈깔처럼 크게 뒤집어 까고 으아악 신음

                                                              을 크게 내더니 곧바로 까무러치기에 세 놈은 재빨리
                                                              바닷길 소금 벌막 솔가지 다발 틈새 속에 숨어 있다가
              가난의 굴레 속에서도 동네에서 구잡스럽기 이를 데
                                                              땅거미가 들 무렵 각자 슬금슬금 집으로 돌아갔다.
            없는 이강만과 김홍기 등 우리 셋은 말썽꾸러기였다.
                                                                함석 대문의 샛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신작로 갓길 백용기씨 집 뒤안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변산 호랭이 별호를 가진 부친께서 멱살을 잡고 눈구
            큼직한 함지박 고추장 담궈 놓은 단지 속에 꾀벗은 채
                                                              멍에서 노랑별이 번쩍번쩍 튀어나오도록 두들기며 인
            들어갔다. 세 놈이 절푸덕거리고 모래 자갈을 퍼다가
                                                              근 일본인 순사들이 근무하는 주재소 쪽으로 끌고 가
            넣고는 짓이기며 난장질을 쳐놓았다. 고추 끝이 쓰리
                                                              셨다. 대교 수문 삼거리에 다다르니 수많은 인파 속에
            고 아픈데 그곳을 움켜쥐고 인근 도깨비 둠벙에 뛰어
                                                              긴 칼 차고 서 있는 순사들도 보였고 주재소 쪽에서 비
            들어 씻고 털어냈지만 화끈거리며 아려서 혼쭐이 났
                                                              상소집 사이렌 소리가 요란한데 부친께서는 필자를
            었다. 일본 기마대 순사들 너댓 명이 큰 갯똘 물에서
                                                              뿔껑 들어 천둥치는 굉음 속 바닷물이 흐르는 다리 밑
            멱감고 물놀이할 때 장벌뚝에 벗어놓은 옷가지를 언
                                                              으로 던졌다. “순사들 칼날에 죽느니 차라리 물속에 빠
            덕 밑으로 기어가서 이강만과 함께 제복을 겁도 없이
                                                              져 죽으라.”고 했다. 평소 바닷물 수영 선수였던 필자
            훔쳐다가 새별등(큰 별 세 개가 떠올랐다는 지명) 농
                                                              는 거대한 물기둥 속에 개구리 수영하며 십리 가량 계
            수로 시궁창 뻘흙 속에 짓밟아 쳐넣고 도망친 기억도
                                                              화도 앞바다까지 떠내려갔는데 다행히 가을철 숭어잡
            난다. 큰다리목 삼거리 전주관 기생 술집에서 북장구
                                                              이 그물에 걸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치며 니나노 술타령 판을 걸쭉하게 벌이고 놀던 일본
            인 순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이 벗어놓은 길다란

            가죽장화 구두 속에 아부라(콜타르)를 한 국자씩 쏟아                     내장사에서 상좌생활
            넣고 도망쳤던 심술꾸러기들이었다.
              한번은 동네 모정 공터에서 어른들이 돼지 새끼를
                                                                어머니는 물에 빠져 죽은 막내아들 시마모토 상꽁
            붙들어 잡고 거세 작업을 하는데 금방 죽는 시늉 꽤에
                                                              (필자이름) 시신이 밀물 따라 해안선으로 밀려오기를
            엑~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있는 돼지 새끼가 측은해
                                                              바라며 큰아들과 함께 바닷길을 헤매일 때 어린아이
            보였다. 어느 어른이 “야 이놈들아, 너희들 중에 말썽
                                                              울음소리가 서북풍 바람결에 들려오므로 형님에게 구
            부리고 다니는 놈은 이 돼지 새끼 마냥 거시기를 홀라
                                                              조되어 곧바로 극비리 도망시켜 신태인 외가댁에 숨
            당 까버릴 거다 잉~” 큰 소리를 쳤다.
                                                              어들었다. 그곳 외갓집도 위험하므로 삭발동자승이
              우리는 돼지 거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
                                                              되어 내장사 주지스님 상좌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
            나 음~. 우리 또래 꼬마둥이 가운데 일본인 주재소장
                                                              에서 열심히 불도의 길 수행을 잘했더라면 지금쯤 어
            외아들인 사사끼 신따루 녀석이 지 애비 빽만 믿고 우
                                                              느 사찰 주지스님 자리 보전하며 ‘무소유’ 극락왕생 지
            쭐대며 우리를 괴롭히곤 했다. 우리는 그놈 거시기를
                                                              도사가 되지나 않았을까. 그러나 열심히 하라는 불경
            홀라당 까버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발소 경영하는
                                                              공부는 안 하고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쳤다. 주
            외삼촌 댁에서 필자가 녹슨 면도칼을 들고 나와 세 놈
                                                              지스님 지시로 담당 선생이 반강제 교육시키며 무릎





        024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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