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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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나’ 붙잡고 있던 오른손을 후다닥 빼내면서 구럭망                      백승찬씨가 전주 도립병원에 입원하여 가족들 모두가
            태기조차 팽개친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한동안 빈집으로 남겨놓고 전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쳤다.                                               김홍기 가족 폭사 사건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흐지부

                                                              지 끝나버렸다.

            소꼽동무 김홍기를 생각한다


                                                              고래 한 마리가 뭍으로
              같은 마을 또래 친구 열한 명 가운데 벌써 아홉 명이
            무엇이 그렇게도 바빴던가 저 세상으로 떠났다. 산징                      올라왔다
            기로 고환이 주먹 크기였던 김홍기는 백용기씨 댁 아
            랫방에서 홀어머니와 폐병환자로 콜록거리던 형님 김                         1961년 10월 말경 군사정권 시절 공무원들을 몽땅

            홍술과 함께 살고 있었다. 1950년 12월 말경 세 모자                  서울에서 자기 고향 연고지로 강제 인사 발령함으로
            가 생계수단으로 생합 잡는 그랭이와 구럭망태기 걸                       써 필자 역시 지방으로 쫓겨내려 왔다. 해안경비 소장
            머 매고 계화도 앞 갯벌 땅 조개 잡으러 첫새벽 바닷길                    재임 시절 행안면 계화리 상리마을 유지 송갑빈씨와
            을 걷던 중 참변을 당했다.                                   친교를 쌓고 지내며 고향을 묻기에 삼간평이라고 말

              한국전쟁 중 9.28 수복 때 미군들이 인천 상륙을 은                  했다. 그 분은 6.25 전쟁 직후 겨울에 삼간리 사람들 여
            폐 오도하기 위하여 허위 정보를 전북 도내 전역에 퍼                     러 명이 게라이를 조개잡이 호미로 딸짝거리다가 폭
            뜨렸다. 군산이나 부안 앞바다로 유엔군이 대거 상륙                      발하여 몰사당한 사건을 아느냐고 질문했다. 돈지 란
            할 예정이라고 헛소문을 내놓자 북에서는 고군산 일대                      양옥(주인 김태두)에 하숙할 때 그 분과 중식을 함께

            해상봉쇄를 위해 군함 폭파 기뢰를 부안 변산반도 앞                      하며 필자가 알고 있던 김홍술씨 가족 사망(추측)사건
            바다까지 설치토록 하였다. 이때 해류에 따라 떠다니                      개요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 말끝에 송씨는 그 김홍
            던 기뢰 수십 개를 9.28수복 작전 때 대부분 탐지기 전                  술 부친 김영도를 혹시 아느냐고 되물었다. 친구지간
            문 함정들이 회수 처리했으나 몇 개가 파도에 밀려 부                     이었던 김홍기의 아버지가 김영도라는 이야기는 많이

            안군 행안면 계화도 앞바다 갯벌 위로 떠밀려 왔었다.                     들어왔었다.
              소꼽친구 김홍기는 그랭이 걸머 매고 아침 햇살에                        계화도 사람 김일영, 이승호, 송갑빈, 장덕봉, 이기
            유난히 반짝거리는 큼직한 페인트 통 모양의 물체를                       정씨 등 여러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행안면 정금터 출
            발견하고는 혹시 미제 세레이션 맛있는 초코렛 과자                       신 진주김씨 김영도는 9척 장신의 거구이며 힘이 장

            등 먹을 것이 군산 미군부대에서 떠내려 왔다고 오판                      사인데 계화도 사람들이 염소(대벌리)를 경유하여 부
            하여 세 모자가 합세하여 보물 색출작업에 임하여 쇠                      안읍 장날 장을 보려는 사람들을 썰물 때를 이용하여
            갈퀴 백합 그랭이로 쾅쾅 소리 나게 내려쳤더니 쾅하                      건네 오고 건네다 주는 직업적 일꾼이었다고 한다. 그
            며 천지가 진동하여 궁안 삼간평과 계화 청호 돈지 대                     는 술을 아주 좋아하고 마음씨 착한 사람으로 바닷물

            벌리 일대 모든 가옥의 문짝들을 활짝 여닫는 굉음이                      이 가슴까지 차올라오는 강을 건너다니는 섬사람들
            울렸다. 김홍술 김홍기와 모친까지 이 세상에 흔적 없                     의 수족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을 업고 월천한 때도
            이 사라졌다. 이때 서북풍 갯바람 타고 눈보라가 몇날                     있었다. 1941년 12월 7일 새벽 이날은 일본이 미국의
            며칠 장설로 퍼부었는데 때마침 큰방댁 백용기 부친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한 날,





        028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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