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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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교육 강사 활동(산내(변산)면사무소, 1978. 3. 27)
는 남녀노소 칼을 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3 했는데 일본 순사들의 명령에 따르는 사람은 별로 없
시 반경 느닷없이 하서 큰다리 경찰 주재소에서 긴급 었다. 염소마을 김생규씨가 눈치 빠르게 소달구지 구
싸이렌 소리가 계속 왱왱거렸고 말을 탄 순사들 네 명 루마를 가지고 나와 인부들을 시켜 고래 뱃살부위와
이 달려와서 장화 구두가 갯벌 흙에 푹푹 빠지는 것도 목살 등 맛있는 부위를 공가마니에 깔아놓고 그 위에
무릅쓴 채 호루라기를 불며 현장에 나타났다. 순사들 몽땅 실어다가 하서 주재소에 보내주었다. 이에 주락
은 누가 고래를 발견했느냐고 묻고 조사하며 갯고랑 근씨도 덩달아 자기 큰아들 주한섭에게 최상품 고래
위쪽 둔치에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있는 고래 입을 더 고기 한 구루마를 실어다주라고 일렀다. 오후 들물 때
크게 벌려놓으려고 통나무 기둥 두 개로 작업하던 청 만조기 무렵 바닷물이 몰려오자 순사들은 허겁지겁
장년 서너 명을 불러 세워놓고 긴 칼로 내려칠 듯 위 도망질치듯 장벌뚝에 세워둔 호말을 타고 귀소해버
협하며 귀싸대기를 딱 소리나도록 거듭 후려쳤다. 공 렸다.
연히 생트집 횡포 부림이었다. 또한 그곳에 모인 사 짧은 겨울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어둑발이 들자 각
람 모두들을 갯바닥에 무릎 꿇고 앉으라고 윽박질렀 마을 청장년 부녀자들까지 길다란 막대로 횃불을 만
다. 이쯤 되자 많은 사람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쳐 도망 들어 썰물 때를 맞추어 고래 고기를 잘라냈다. 남포등
030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