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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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을 수 있으니, 민화란 얼마나 매력적인가. 처음엔 친 도 다양할 수가 없다. 물론 좋은 호분은 상당한 고가이
구 권유로 쉽게 생각하여 다가갔다가 무궁무진한 삼 지만, 선생은 언제나 좋은 물감을 선호해왔다. 종이도
라만상 그 속에 빠져버렸다고, 선생은 처음 민화를 배 육문지를 비롯해 냉금지, 구름지 등 최고급 종이만 활
우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용했다. 좋은 작품은 좋은 종이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
민화는 민간에서 일상생활 양식이나 관습 등 민속적 게 된 것은 간송미술관에서 추사 선생 작품을 보게 되
인 내용을 그린 그림이다. 특히 한국민화는 동서고금 었을 때라고 한다.
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양이 방대하고, 질에 있어서도 서예가 그러하듯 선생에게 있어 민화는 삶과 얼, 멋
일반적 민화 수준을 넘어서 기상천외의 독창적인 작 이 스며있는 말 그대로 도(道)다. 그러기에 선생이 그
품이 많다. 까치호랑이를 좋아하는 선생의 작품도 그 린 화조도와 어해도, 산수도, 혹은 문자도와 책가도 등
렇다. 자연의 경치라든가, 인간 본연의 소박한 신앙의 에는 선생의 성품이 배어 있다. 천신과 그 뿌리를 같이
조형적 표현이 깃들어서인지 순수하고 솔직하다. 웃 한 성품이며, 자연과 그 기운을 같이한 성품이자 모든
음을 잃지 않는 익살과 멋도 있다.
애초에 우석대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했으
나, 더 깊은 것을 알기 위해서 나중엔 서울까
지 다녀야 했다. ‘학불염 교불권(學不厭 敎
不倦)’. 본래 배우는 데 싫음이 없어야 하고,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말라 했던가. 서울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갔는데 찜질방에서 먹고
자면서 하루 8시간씩 익혔다. 그래도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
이 서예는 일필휘지이나 버리는 종이가 많
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민화는 한 번 붓을
잡음과 동시에 단번에 완성이 되는 것이었
기 때문이다.
밑그림을 그리고 아교 작업을 거쳐 평면
에서 입체를 끌어내는 바림을 2차, 3차까지
하면 마무리된다. 선으로 시작해서 선으로
마무리되는 민화의 매력은 거기에 있었다.
버리는 종이 한 장 없이 그림이 다 완성되도
록 마음을 그림 속에 두기만 하면 되었던 것
이다.
오방색(五方色)에서 모든 색깔이 다 나오
소남 전진희 선생
는 것 또한 선생의 호감을 자아내는 데 손색
이 없었다. 조개가루로 만든 분채호분 하나
만 있으면 원색을 섞어 나오는 색들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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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3_소남(昭南)의 민화, 붓속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