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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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아서 그 속에 젖어서
산다 하는 선생은, 그 누구보
다 자유롭다. 때문에 붓을 들
고 있을 때면, 이 세상 아닌 곳
으로 훨훨 날아 신선 세계로
가는 것 같다고 선생은 또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
에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나온다. 곤이 변해서 붕(朋)이
라는 새가 되는데, 붕새의 등
은 몇 천리가 되어 한 번 날면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어버리
고, 바다가 출렁거릴 정도로
큰 바람이 일어 단번에 북해
끝에서 남해 끝까지 날아간
다. 부딪힘도 없고, 막힘도 없
다. 산 일이 없고, 죽은 일 또
한 없다. 그저 모든 관념의 속
박으로부터 벗어난 저 깊숙한
곳에서 선생은 곤이 되고 붕
새가 되어보는 것이려니.
“먹색처럼 많은 색이 없더
구만. 농중담에 또 농중담이
있고, 검은 것도 물로 희석하
면 갈빛이 나고, 회색빛이 나.
그러기에 천에 그릴 때는 한
번에 그리는 게 아니라 연묵
을 써. 그 다음 중간 묵을 해서
다양한 색을 얻어가는 게지.”
예순 훌쩍 넘은 지금도 붓 잡
고 있는 일이 선생은 가장 좋
다고 한다. 새벽 두세 시라도
모란 속 목숨수(壽)
036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