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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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다. 배고픈 줄도 모르
고, 시간도 모르고, 여기가 어
딘지도 모르는 컴컴한 먹색
속에서 선생은 지극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치를 궁구하고, 몸을 정성
되게 하며, 가슴 속에는 본심
을 간직하는 것. 그렇게 선생
은 인간의 몸으로 나서 신선
세계에 살았다. 살고 있다. 붕
새는 구만 리를 여섯 달 동안
쉬지 않고 날아간 후에야 비
로소 그 날개를 한 번 접고 쉰
다 하는데, 과연 먹색처럼 다
양한 색을 얻은 선생이 쉴 곳
은 어디인가 묻고 싶어진다.
나는 엄마 앉은
자리만도 못하다
소남 선생은 만 19세 때부
터 손에 붓을 들었다. 무남독
녀처럼 귀하게 자라다가, 학
자이자 서당 훈장이었던 외조
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몸에
익히게 된 것이 묵 냄새였다.
그렇게 반생을 묵 냄새 속에
서 살았지만, 선생은 전혀 질
리지 않는 무엇이 묵 속에는
있다 하였다. 하여 하루 세 시
간만 자도 된다고 했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일이란
참으로 지극한 것이어서 보통의
모란 속 복복(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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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3_소남(昭南)의 민화, 붓속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