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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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철 일손돕기 중 새참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다른 동네는 분위기가 어떤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저 았다. 그 중에서 아내의 권유로 부안교육문화회관의
녁 무렵 해를 따라 논길을 광속의 속력으로 갔다가 소 가곡반에 같이 들어갔는데 생활 곳곳이 가곡의 노랫
걸음보다도 느리게 돌아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말과 연결되어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언젠가 마을회관 싱크대 교체 기념으로 동네 분들과 에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정원을 보면서는 ‘들국
팥죽을 먹는데 뒷집 아저씨가 들려준 행안면의 마을 화’,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노래한다. 지난 번 석정
이름 풀이가 생각났다. 옛날 장수가 전쟁터에 나갈 때 문학관의 행사에서 신석정 시에 곡을 붙인 ‘임께서 부
정금(井金)에서 목욕하고 마동(馬洞)에서 말을 타고 르시면’을 합창하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곡이
검암(劒岩)에서 칼을 들고 궁안(弓安)에서 활을 메고 절로 흥얼거려지고, 써보진 않았지만 저절로 시상이
월암(月岩)에서 밤을 세우며 준비하다가 날이 밝아지 떠오르는 곳 나는 이곳이 참 좋다.
는 것을 기다려 종산(鐘山)에서 울리는 종을 신호로 삼
간(三干)평야를 거쳐 진군했다는 것이다. 추워지기 전
에 선조들의 이동경로대로 우리 면의 마을을 돌아 볼 시골살이의 하루는 바쁘다, 바뻐
생각이다.
내려와서 한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아직 아무것도 하
탐색을 하고 다녔는데 곳곳에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 지 않는데도 매일매일 엄청 바쁘다. 무얼 하느라 그러
064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