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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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의 백미, 내변산 사자동의 감이 있는 풍경



                                                감 익은 내변산 풍경






                     ‘감이 익을 무렵에는 약방이 문을 닫는다’
                     마을마다 골골마다를 붉게 물들이며 감이 익고 있다. 가을정취의 백미다. 부안댐이 들어서기 전, 감 익을 무렵의 내변
                   산은 정말 장관이었다. 우슬재에서 남여치에 이르는 청림, 사자동, 신적, 중계, 새재, 마상치 일대 골, 골마다는 마치 물감

                   을 풀어 놓은 듯 익어가는 감들이 주위를 온통 붉게 물들였다.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감은 주요 간식거
                   리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그 시절 내변산 사람들은 감이 붉은 기를 띠면 벌써 우려서 부안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여, 감
                   이 농창해질 때쯤이면 지게바작에, 달구지에 가득가득 싣고 우슬재를 넘어 부안시장을 향했다.
                     이렇듯, 감은 내변산 사람들에게는 가계의 주 수입원이었다. 감이 있었기에 쌀밥도 먹을 수 있었고, 그 산중에서 대학

                   생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우슬재 넘어 부안시장에 까지 인기가 있었던 대부분의 내변산 감들은 먹시감(먹감)이었다. 작
                   고 볼품없는데다 얼굴에 먹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지만 맛만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꿀처럼 달았다. 서리 맞아 농창하
                   게 익은 먹시감을 한입에 넣고 씨 뱉어내며 우물우물 먹는 맛이라니..., 그러기에 부안시장 상인들이 내변산 먹시감을 더
                   쳐주었던 것이다. 지금은 부안댐에 잠기어 감으로 붉게 물든 내변산의 장관을 볼 수 없다. 그래도, 섶못에서 우슬재 넘어

                   창수골, 유동, 청림, 노적, 사자동 등지에서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감 익은 가을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감이 익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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