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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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들렸다. 결정한다면 어쩌면 이제까지 삶보다 더                      로 부안에서 근무하게 되어 봉덕주공 관사에서 생활
                   많은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는 곳이기에 비 오는 날을                      하였는데 명절이나 휴가 때 그 곳에 머물며 이곳저곳
                   골라 가보기도 하는 등 두어 번 더 방문하였지만 그것                     으로 놀러다녔던 게 부안이 아름답고 먹을 거 많고 지

                   은 이미 결심한 걸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2014년 6월                    낼 만한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계약과 함께 아내의 주소를 옮겼다.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응원
                   부안과의 인연을 찾는다면

                                                                      많은 남자들의 열망은 시골 생활이라지만 막상 실행
                     행안이 고향은 아니지만 조금 지역을 넓혀 부안이                      에는 가족의 반대나 비협조가 큰 장애라고 하는데 내
                   고향이냐고 나에게 물으면 그렇다고 해도 크게 거짓                       가 서울 생활을 접고 이렇게 시골로 내려와 자리 잡는

                   은 아닐 것이다. 고향인 정읍 영원에는 중학교가 없어                     데는 무엇보다 식구들 특히 아내의 도움이 컸다. 초⋅중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살던 곳을 기준으로 인근 중학                      동창인 아내는 나와 생각이 비슷하고 나를 많이 이해
                   교로 배정되는데, 아들을 백산중학교로 보내고 싶어                       해 주는 편이어서 젊었을 때도 내가 정년이 되면 시골
                   하셨던 아버지께서는 내 주소를 근처 친척집으로 옮                       에서 같이 살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게 자기의 꿈이

                   겨 부안군 백산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 중학 3년                   라고 이야기해 왔었다. 최초 생각한 고향집이 아니어
                   기간이 내 인생을 터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니                      서 약간 의기소침했지만 나도 아내도 고향 근처 적당
                   부안이야말로 내 고향이나 진배없다고 할 것이다. 당                      한 거리에 우리의 집이 생긴다는 것이 좋았다. 특히 돌
                   시는 고등학교가 입시제여서 3학년 때 학교 앞에 방을                     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할 큰오빠도 가까이 계시고, 언

                   얻어 할머니와 자취를 하며 공부했는데 그 때 문간방                      니도 근처에 살고, 오랜 단짝인 친구들이 있어 더욱 마
                   에서 자취하던 여학생이 애들의 엄마가 되어 같이 생                      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더구나, 막상 내려와서 부
                   활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행안을 처음 접

                   한 건 백산을 알기 전의 일인
                   데, 존경하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이 행안 분이셨
                   다. 지금 번지는 잊어버렸지

                   만 부안군 행안면 대초리로
                   방학 때면 편지를 보내곤 했
                   던 기억이 있어 대초리 부근
                   을 지날 때면 어딘가에 선생

                   님 댁이 있을까 두리번거리곤
                   한다. 부안을 좋아하게 된 건
                   또 다른 인연이 있다. 로스쿨
                   을 나온 큰아들이 공익변호사
                                                 돌담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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