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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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마련해 준 퇴직기념식 때 찍은 가족사진






            고민해왔다. 우선 떠올린 게 고향이었고 마침 고향집                      암 마을에 집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과 인접한 뒷집 대지와 밭이 경매로 나와 경매일만 손                       결혼식을 마치고 혼자 돌아본 집은 첫 인상에 싫지

            꼽아 기다리며 회사 도서관의 건축 관련 책을 빌려다                      않았지만 막상 이 곳에 터 잡을 생각을 하니 겁부터 나
            읽으면서 달력 뒤 백지에 수많은 집들을 지었다. 지붕                     고, 내가 좋다고 하면 아내가 부담을 가질까봐 일부러
            색이며 정원에 무슨 나무를 심을지 자기 생각을 고집                      어중간한 표정으로 다녀온 소감을 대신했다. 다음날

            하다가 부부싸움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는데 경매가                       같이 보았는데 아내는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다. 집은
            무슨 까닭인지 취소되고 우리 부부는 깊은 실의에 빠                      준공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주변 정리가 끝나지 않아
            졌다. 고향이 아니면 모두 다 타향인데 어디로 가야하                     어수선하였으나 반듯한 집터에 잘 지어진 집은 남향
            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참으로 막막하였다. 모                      에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성산을 적당한 거리로 두
            두에게 고향으로 갈 거라고, 뒷집을 낙찰 받아 집을 지                    고 보기 편하고 앞 논에 자란 파란 벼들이 부안 읍내에

            을 거라고 미리 설레발을 친 게 화근이었을까? 차분하                     서 그리 멀지 않음에도 이곳이 농촌임을 말해주었다.
            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날들이 계속되던                       나이 드신 마을 어르신이 이 집터가 예전에 군수가 살
            차에 2014년 봄 부안의 처사촌 결혼식에서 행안면 검                    았던 곳이라고 하셨는데 여기 오면 좋을 거라는 암시





        058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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