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2019년01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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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잠들고 나-무한, 38×45cm, Acrylic on canvas




            화가 김현숙은 장거리 운전에 따른 이동을 마다한 미술치료 상담 시간을 이        치 조형물 이다. 설치에 공동 참여한 미술인과 시민들이 한땀 한땀 따낸 뜨개
            어 작가 본연의 창작활동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시간에 구애됨 없이 다하       질 소품과 천 조각으로 커다란 지구본의 형상을 이루는 과정은 관객 참여 작
            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완성을 위하여 은둔하고 몰입하기를 반복하며 작업에       업 과정으로 완성되어지는 참여와 소통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천조각
            대한 열정이 쏟아낸다. 기성작가가 한번쯤은 느껴봤을 슬럼프를 느끼기에는         하나에서 시작된 참여 관람객의 통일과 화합에 대한 염원은 8미터 지름의 거
            아직은 너무도 왕성한 작업의 진행과정에 있으므로 슬럼프라는 단어조차 그         대한 지구본을 이내 가득 메우게 된다. 우리네 민초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 조
            녀에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지난여름 어느 갤러리의 초대로 열렸던       각보는 형형색색, 가지각색의 보잘것없는 조각이지만 그 잡동사니들이 하나
            작가의 개인전은 작가와 이론가로서의 묘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로 모아져 복(福)을 기원하며 통합되고 조화를 이루어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
            붓을 떠나 핑거페인팅으로 투박한 마티에르를 품은 작품과 강렬한 붉은색채         뜻한 기운을 통일보(統一袱)로 깜싸 형(形)보다는 심상(心狀)적 의미를 내포
            의 운필 흔적은 한 작품 한 작품이 제각각 야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작가    한 조형미를 보여준 작업이다.
            의 주된 소재는 얼마 전 시작한 작가의 전원생활 속에서의 자연에 대한 일상
            과 함께한다. 고양이가 마당에서 한가로이 거닐며 노는 모습을 통해 나의 각       “도처에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쳤다... 나는 나의 저술에 대해서 어떤
            박한 시간에 여유를 찾고 우주를 품은 달, 해는 자연속의 공존과 순환한다. 작     뜨거운 공감을 기대한 적이 없다... 나는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말
            가는 구체적인 사물의 표현이 어색했는데 가장 일상적인 부분에서 느끼는 감        해야만 했다. 나는 사람들이 싫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의식
            정이 실질적인 행복의 표현이라고 보고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대로 표현한다.        세계에 대한 보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그 작품들은 동화의 아름다운 한 장면처럼 동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한편으론        나의 정신치료법이나 분석방법에 관해 질문을 받는다. 치료법은 각각의 사례
            죽음의 미학에 심취했던 뭉크(Edvard Munck)의 심약함을 자극하는 듯 느껴   에 따라 다르다.”
            지기도 한다. 작가는 다음전시에 대한 구상을 하면서 파격적인 실험적 작업을                             -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
            시도해 보고자 에폭시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작업을 접근하고 있다. 또한
            학부때 염색공예전공을 한 이력으로 현 강화도 작업실에선 면천을 통한 나와        화가 김현숙은 캔버스위의 창작 작업과 함께 미술심리 상담자로서 피 상담자
            사람들이 더불어서 공유하고 소통하는  작업을 시도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와의 상담과정에서 서로의 인생을 나누는 것에 소중함을 가지고 자신의 일
            화가 김현숙의 천 작업으론 지난 9월부터 2개월간 설치 전시 후 해체되었던       상을 나눈다. 치밀하고 세밀해야하는 고도의 심리상담 과정은 머리와 마음
            파주의 통일복 작업을 대표로 할 수 있다. 3층 건물 높이의 구형에 보자기를      을 다 내 주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칼 융과 같은 분석심리학 창시자도 극
            씌우는 작업은 지구본 형태의 설치 조형물 외면에 한반도 모양의 뜨개질 작품       도의 조심스러움이 있었던 것 일 것이다. 많은 미술심리 상담자들이 그 역할
            을 설치하여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도래 한 한반도의 모습을 형상화 하고, 설      을 수행할 때 각각의 수많은 사례에 현명히 대응하고 그들의 정신세계가 치
            치 조형물을 찾은 관람객들은 내부에 들어가 통일과 화해, 공존의 메시지가 담      유되는 과정 속에 미술치료의 범주가 우리 사회에서 안정되게 인정받고 정
            긴 손수건 및 뜨개질 조각을 덛 붙이고 엮으면서 미술인과 방문객의 합작으로       착되길 바래본다.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속에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는 이벤트적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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