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2019년01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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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런던 바르비칸 갤러리의 마르셀 뒤샹 회고전에 전시된 ‘레디메이드’의 최초작품 『자전거 바퀴(1913)』
전통적인 아카데미즘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고유의 ≪앙데팡당≫ 전시회가, 정작 미국에서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과거의 전통적인 기준으로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만든 고유의 ≪앙데팡당≫ 전시회가, 정작 미국에서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 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예술에서는 피카소보다 더 중요한 예술가로 평가된다.
하지 못하고 과거의 전통적인 기준으로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는 오류를 범하 오래 전부터 예고되었던『마르셀 뒤샹』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에서
고 말았다. 이 작품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이러한 생활용품이 그대로 예술 작품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때마침 올해 6월에는,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는 최초
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소변기가 갖고 있 로 13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앙데팡당≫ 한국전이 개막될 예정이다.
는 궁극적 목적과 상징은 인간 노폐물의 최종 배출구이자 궁극적인 종착점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마르셀 뒤샹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앙데팡당
다. 그러나 뒤샹은 이 작품을 통하여 신선하고 깨끗한 물의 발상지이자 최초의 ≫이라는 브랜드가 공교롭게 같은 해에 한국 땅에서 만나게 된 사실에 주목
시작점인『샘』을 통해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을 예술 해 보자.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덧붙이자면, 이탈리아의
의 영역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현 저명한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저서『미네르바 성냥갑』을
대미술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왜냐하면『샘』을 시작으로 ‘ 통해 “역사는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대량 생산’ 시대의 물질들을 작품의 중심으로 삼으며 미술의 새로운 개념을 몇몇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들이 있으며, 그것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과
제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팝아트> 부터 <개념미술>에 이르는 다양 학적인 의미에서 여전히 ‘삶의 스승’이다”고 갈파한바 있다. 한국인에게 각인
한 현대미술은 물론 음악, 문학 등 다른 예술 장르에도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된 마르셀 뒤샹의 전형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전위적인
제공하였다. 개념미술이란 전통적인 예술가적 창작 의식을 버리고, 창작 예술 경향을 보여주는 작가로서 기존 예술작품의 정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
작품 그 자체보다는 작가의 제작 아이디어나 창작과정이 진정한 의미의 예술 기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현대미술의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을 예고했고,
이라고 주장하는 반미술적 창작 태도를 의미하며, 이러한 개념미술은 뒤샹의 미술의 창조와 해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뒤샹의
‘Readymade’로부터 시작한다. 뒤샹이 주창한 ‘레디메이드’는 작가가 직접 작 사후 50주년 되는 해를 맞아 개최된 이번 전시 또한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품을 만들지 않고 기성품을 그대로 작품으로 출품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라고 한다. 아무쪼록 1세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여서 작품으로 제시된다. 기 전에는 마르셀 뒤샹의 작은 날개 짓이 ≪앙데팡당≫이라는 ‘새로운 정신’
그의 작품과 아이디어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술발전의 방향에 큰 영향을 주 을 통해 구대륙 유럽을 떠나 신대륙에서 신기원을 창조했다면, 역사의 수레바
었다. 마르셸 뒤샹은, 기존의 예술이 가지고 있던 관념적이고 실체적이지 못한 퀴가 돌고 돌아 멈춰선 동양의 변방 화단에서는 아무쪼록 ‘나비 효과’처럼 맹
점을 비판하고 미술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오게 되는데 바로 <다다이즘> 렬한 변화의 토네이도가 휘몰아 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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