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19년01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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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컬럼
다. 적지 않은 작가들이 화랑과도 일
하고 직거래도 한다. 알고 있지만 화
랑들이 묵인하면서 직거래하는 작
가들과도 일을 해오고 있었는데 아
예 정부정책으로 대놓고 직거래를
조장하는 아트페어를 오픈하니까
화랑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
선 것이다. 화랑협회의 입장에 대해
대다수의 관객들과 작가들은 화랑
협회가 작가에게 관대하지 않고 자
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쓴소리를 했
어포더블 아트페어 뉴욕 2018.9
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동일한 작가
의 동일한 작품을 작가에게 사면 작
작가 직거래 아트페어에 2017년 가을 크리스티 전후현대미술경매 가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굳이 화랑
에서 5000억원에 낙찰된
에 가서 화랑수수료가 포함된 가격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으로 사겠는가?
화랑은 왜 반발하는가? 이것은 밥그릇 다투기의 문제가 아니고 유통질서에 관한 문제이다. 화랑이 작
가의 직거래를 견제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화랑도 작가가 어려운 것은
정은경((EK아트갤러리 대표) 안다. 그래서 직거래를 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그러나 좁은 땅덩어리에 고
객은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고객 수가 많지가 않다는 게 직거래하는 작가
에게 관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최저임금도 올랐으니 미술품 가격도 더 올라야 하지 않을까? 모든 공공재가
다 올랐는데 왜 유독 미술품만 비싸다고들 하는가? 미술품이야말로 전문적인 우리나라는 이미 미술품이 상업적으로 융통될 수 있는 좋은 여건은 다 구축되
교육을 받은 소수의 장인들의 창작물인데 말이다. 그림을 안 사본 사람들은 어 있다. 아트페어 수, 화랑 수, 작가 수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단지 고객
아트페어나 화랑에 오면 의외의 저렴한 가격에 놀라기도 한다. 생각보다 안 수가 심각하게 모자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고객들이 어디에서 미술품
비싸네요? 유명작가 작품이나 수천만원, 수억원을 호가하지 유명세를 덜 탄 을 사는지를 몰라서 우리 미술계가 불황이고 화랑들이 문을 닫고 작가들이 힘
중견작가의 작품이 과하게 비싸지는 않다. 신진작가 작품은 재료비가 걱정될 들다고 죽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보여주는 전시든 팔기 위한 전시든 볼거
정도로 저렴하기도 하다. 리는 넘쳐난다. 특히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중산층이나 서민들도 미술에 대
한 관심은 날로 높아가지만 구매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사실 합리적인 미술품의 가격이란 없다. 세계적인 유명세를 갖는 억소리나는
미술품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반관객들은 없다. 미술품 가격은 작품가격을 낮추면 일반 고객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수요가
화랑이 정한다. 화랑이 판매할 수 있는 가격, 즉 이 정도면 고객이 구매할 수 분명히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은 매우 의심하고 있다. 세계적인
있겠다 하는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시장에서 책정된다. 그러나 우리나 중저가 아트페어 브랜드인 어포더블 아트페어가 서울에서 2회 개최하고 문을
라는 예외다. 작가가 정하고 그 가격에 안 팔리면 못 팔기도 하고 작가가 가격 닫았다. 아시아권역의 싱가포르와 홍콩은 매년 매출이 수직상승해서 우리나
을 양보해 주면 판매가 되기도 한다. 미술선진국일수록 시장에서 화랑이 갖는 라 갤러리들이 못 들어가서 안달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힘이 큰데 우리나라는 메이저 탑 10 이외의 거의 대다수의 화랑들이 작가 눈
치를 많이 본다. 나부터도 내 맘대로 작품가격을 정하지 못한다. 첫 개인전을 화랑이든 아트페어든 우리 미술시장은 중저가 미술품을 다루고 있으면 고전
해주는 신인작가의 작품가격조차도 말이다. 대관전시도 아니고 갤러리가 전 하고 고가 미술품을 다뤄야 흥한다. 연간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아트페어들이
시비용을 대는 초대전인 데도 그러하다. 가격결정권이 화랑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민국에서 장을 여는데 중저가 아트페어들 중에 꾸준히 살아남은 페어들
게 있으니 굳이 화랑이 필요한가 싶다. 초대전이 아니더라도 대관해서 얼마든 은 거의 없다. 좋은 중저가 아트페어들이 거의 문을 닫았고 그 자리를 메우는
지 전시해서 작가가 판매할 수 있다. 전시공간은 너무 많은 데다 직거래라도 신생페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KIAF나 아트부산의 매출이 좋
해서 많이 팔라고 직거래 아트페어도 정부가 후원해 주고 있으니 화랑의 존재 은 편인데 중저가도 다루지만 고가 미술품에서 매출규모를 만든다. 그쪽으로
이유는 그리 절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고객들이 몰리고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결정을 해줘야 매출은 발생한다.
전시니까 관객 수가 많으면 일하는 사람도 신나고 확률적으로 판매할 가능성
올해 우리 미술계의 새로운 이슈라면 정부가 지원하는 작가직거래 아트페 이 1이라도 커지겠지 라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만 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
어와 직거래장터에 관한 화랑과 작가와의 힘겨루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룬다고 매출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직거래 아트페어는 영국이나 미국에도 있다. 아마도 이런 미술선진국들
의 성공적인 작가 주도 아트페어에 착안해서 '유니언 아트페어'를 비롯한 직 미술품 판매는 경기의 영향을 가장 예민하게 많이 받는 종목 중의 하나이다.
거래장터들이 시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에 사례발표가 있어서 그쪽 시 사람이 죽고 사는데 필요한 것도 아닌 것이 미술품이다. 따라서 경기의 영향
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그쪽 화랑들은 반발하지 않는지 들을 기회가 있 을 안 받고 사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상류
었다. 영국이나 미국같이 여러 층으로 고객군을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의 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품들이 유통되는 그 곳에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시장이 형성된 곳에서는 직거래페어나 장터에 나오는 작가들과 아트페어나 상류층이 아니어도 기꺼이 월급을 아껴서 미술품을 사서 소유하는 데 가치를
갤러리 전시에 나오는 작가들이 명확하게 나뉜다. 화랑들이 초대하지 않은 신 두고 행복감을 느끼는 평범한 고객들이 있는 곳으로 화랑이 찾아갈 수 밖에
진작가들에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 직거래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멀리 있어 찾아가는데 돈도 많이 들고 시
아트페어이고 직거래 장터라서 화랑들도 반발이 없는데 우리는 사정이 다르 간도 많이 드니 이 또한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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