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P. 36
살롱초대
오리 연적은 청자로 빚은 도구이다. 청자를 빚고 굽는 기술이 절정에 달했던 12세기 고려
시대의 제작품으로 비취색이 맑고 산뜻하고 오묘한 빛을 발하고 있다. 연못에서 헤엄치다
가 연꽃 줄기를 입에 문 모습인데, 등에는 연잎과 연봉오리가 얹혀 있고, 깃털은 손끝의 정
교함이 만든 섬세함의 묘사로, 오리의 주둥이 쪽을 기울이면 오리가 물을 뿜는 것처럼 물 12세기에 만들어진 청자 작품이다. 이것은 뚜껑 위에 상상의 동물 기린이 붙어 있는 향로
(향을 피우는 그릇)이다. 기린은 뒤로 돌아앉아 머리를 쳐들고 있는데, 향을 피우면 기린
이 떨어졌다고 전하는 글이 있다. 사물을 자연과 동일시하려는 선조들의 옛 지혜를 엿볼
이 숨 쉬듯 벌린 입 사이로 연기가 솔솔 나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작품5는 백자로 된 향
수 있다. 그때의 생활 예술 감각의 반향은 시대를 옮겨온 것이다.
로이며 알처럼 둥근 형태로 뚜껑은 울퉁불퉁한 산봉우리의 모습을 취한다. 가운데에 구멍
이 있고, 옆쪽으로 6개의 구멍이 산 모양으로 뚫려 있어서 사이로 연기가 퍼져 나오면 마
치 흰 구름이 산허리에 걸린 듯 보이는 것으로 그려지는 구도와 디자인에 놀라운 당 시대
예인(藝人)의 제작 방식을 탐색하게 된다.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와 오이와 생강나
물(大烹豆腐瓜薑菜)"이다. 이는 즉 "가장
멋진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그리고 손
자의 만남(高會夫妻兒女孫)"이라고 풀이
된다. 추사 김정희가 죽음을 두어 달 앞두
고 쓴 글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으로 대접
을 받아도 집에서 먹는 반찬처럼 속이 편
한 게 없고, 아무리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건 결국 헛
되다. 가족의 소중한 이념은 예나 지금이
나 같은 맥락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글은
내용의 중심선과 최고 경지에 이른 추사
체를 볼 수 있어 더 귀한 작품으로 인지된
다. 추사체란 김정희가 옛 중국 한나라 시
대 비석을 보고, 그 위에 새겨진 예서체에
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붓글씨체이다. 어
딘지 모르게 각지고 비틀린 느낌이 나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지 기록되어 있다. 그동안
는데, 이 서체는 예술 방면의 안목이 뛰
전해온 훈민정음 언해본은 세종(世宗, 조선 제4대 왕, 1397~1450)이 아닌 세조(世祖, 조
어난 사람이라면 그 독특한 체의 멋에 감
선 제7대 왕, 1417~1468) 때 펴낸 것으로, 제작 원리에 대한 설명은 전해진 바 없다. 이후
탄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이 경북 상주에서 발견되었고 현재 행방을 알기 어
렵다는 것이 고 미술계의 주장이다. 간송이 해례본을 구하지 않았다면 한글 창제 관련 연
구는 더 어려운 연구가 되는 단계를 걷게 된다는 가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는 문화재 지켜내다 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때 간송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1만 원을 내고 해
례본을 컬렉팅 하게 된다. 당시 화폐 단위 기와집 10채 값을 치르며 보호를 위
3·1 운동 100주년 한 조치를 취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
는지 기록되어 있다. 그동안 전해온 훈민정음 언해본은 세종(世宗, 조선 제4
대 왕, 1397~1450)이 아닌 세조(世祖, 조선 제7대 왕, 1417~1468) 때 펴낸 것
간송 전형필 특별전 으로, 제작 원리에 대한 설명은 전해진 바 없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다른 훈
민정음 해례본이 경북 상주에서 발견되었고 현재 행방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
고 미술계의 주장이다. 간송이 해례본을 구하지 않았다면 한글 창제 관련 연
글 : 양지원(서경대학교, 문화예술학 박사) 구는 더 어려운 연구가 되는 단계를 걷게 된다는 가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세기 유럽 문화는 체계적 박물관 관리를 국가 행정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구
축하여 다른 국가와의 업무 협약으로 또 다른 비즈니스의 체결에 의한 분소를
연적과 향로에는 생활 속 선비와 사대부의 삶이 그대로 스며 있다. 이런 고귀 진행하고 있다. 작품과 장소의 선택은 공간 기획 설정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 문화재를 잘 지켜내는 노력을 온몸으로 펼쳐 온 간송 전형필 컬렉션이다. 국가 보물 문화재의 여러 작품을 이곳에서 전시하는 기획은 다소 재고해야 되
간송의 시대를 앞서는 안목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신념 는 부분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지켜낸 간송 미술재단의 연구 업적과 사립기관
에 의한 업적이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못했던 반출되어 나가는 문화재를 그 의 여러 사항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룩한 이 문화재의 현재의 열악한
피나는 노력으로 구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간송 문화재 소장은 없지 않았을까 보존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문화 시민사회로
자문해본다. 간송은 1940년 7월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이 출현했다는 옮겨져 오는 긴급한 문화정책이 수반되는 움직임이 움트는 봄의 소리와 함께
소식을 접한다. 소장자는 그 당시 큰 기와집 한 채 값인 1000원을 받으면 팔 국가 차원의 재정 활성화 방안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