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2019년전시가이드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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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116.8×91.0cm Oil on Canvas 2019 김구와 이승만
지하게 펼쳐진다. 바로 이것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사실 지난 개인전에서도 언급했듯, 페인팅 나이프로 화면의 마티에르를 잘 드러낸
우리에게는 갈등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 작품 ‘하나로-따뜻한 포옹’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껴안는 장면
다. 또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은 다양한 요소와 맞물려 문제 해결을 이다. 감동적인 역사의 한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갈등과 해소의 표현 방식이다. 붉어지게 만든다. 또 두 정상의 악수 또한 감동적이다. 결국 ‘우리는 하나다’라
는 그의 창작 전략에 우리 모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미술에서도 주인공, 곧 주제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와 이
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있을 수 있는데,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 이와 함께 북녘 산하를 거침없이 그려놓고 이제는 이곳이 시뻘건 사람들이 사
바로 여기에 있다. 곧, 맞부딪히게 되는 문제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 이 는 곳, 절대 가면 안 될 곳이란 생각을 지우게 해준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를 극복하고 문제가 해결됐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 등의 연속적인 표현이 창 강산이 북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그림으로 일깨워주고 있다. 이 또한 “
작의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손의식의 연작 ‘하나로’에서 이러한 것들 하나의 강산이다”란 메시지를 전해준다. 손의식의 작품으로 인해 그간의 정치
이 잘 드러나 있다. 세력들에 의해 왜곡된 북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지울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
면 우리는 가치 있는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화두로 던진 그는 연작에서 흥미 진지하게 자신의 표현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손가락 잘린 채 피를 흩뿌리지만 곧추 선 채 강인함을 보여주는 안중근, 예술의 정치색에 대한 비판에 대해 그는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오히려 ‘예술
처형당하는 윤봉길이 아니라 총잡이가 되어 친일파를 겨냥하는 듯 한 윤봉길, 가가 사회나 정치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이른바 앙가주망(engagement) 정신
슬픈 모습에서 벗어나 세련된 현대 여성으로서의 유관순 등의 패러디는 재미 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밝고 아름다운 사회로 나가기 위해 예술이 조금이
를 넘어서 작가의 심오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 그는 우리의 질곡의 역사를 이 라도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굽힘 없는 주장이다. 그의 뜻대로 미술을 통
렇듯 긍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한민족 공감대를 형성하여 ‘아름다운 통일’을 이루어내기를 기원할 뿐이다.
세월호나 5.18로 고통 받은 이를 위한 ‘위령제’ 성격의 작품도 눈에 띤다. 작품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정치 세력들과의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 문학이 지향
‘촛불’은 이 모든 것들을 승화시켜주는 듯하다. 이를 이은 그의 작품 주제는 단 해야 할 방향이며 임무”라고 역설한 철학자 사르트르가 오늘 우리 곁에 있었
연 통일이다. 사실상 앞의 그림 이야기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작 다면, “한민족을 억압하는 모든 정치 세력들과 예술적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
가가 드러내고 싶은 것은 바로 ‘하나로’이다. 이에는 하나로 뭉치기, 하나로 나 바로 손의식의 작품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해 말해두려 한다. 부
아가기, 하나의 마음 갖기 등이 다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남북평화회 디 손의식 작품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세우고 평화의 다리 역할을 해주길 바
담의 주역인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빅 브라더인 트럼프 또 그간 터부시되어 라는 마음이다.
왔던 북측 지도자 김정은의 밝은 표정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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