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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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Karma. 20202-14. mixed media on canvas. 120x110cm. 2020 (부분)


            다. 유약의 농담과 소성의 과정에서 유백색(乳白色)에서 부터 눈처럼 하얀 설      을 통한 부조화 입체 작업을 하고 있는 김용진작가, 종이작업을 통해 달항아
            백색(雪白色)과 잿빛회색이 은은히 내려앉은 회백색(灰白色)으로 나타나는가        리의 서정적 표현을 하는 전병현작가와 표현주의적 서양화가 고현희 작가의
            하면 푸른빛이 내려 앉은인 청백색(靑白色)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화되        작품을 감상해 본다.
            어졌다. 조선을 대표하는 순백자 가운데 이 시대상을 대표하는 백자는 일명 ‘
            달항아리’라 불리는 도자기이다.                               ① 리얼리즘작가
                                                            최영욱 작가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카르마’(Karma)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달항아리는 조선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백자대호(白磁大壺)의 현대에 이르는         열어 달항아리 연작을 통해 꾸준한 작품활동과 그의 창작세계를 전시회를 통
            이름으로 그 당시의 물레 기술로는 한 번에 만들지 못했기에 상부와 하부를        해 발표해왔다. 그에게 카르마란 종교적 신념에 근원하는 선악의 결과를 가져
            따로 만들어 붙여 도기를 만들어 냈다. 한번에 물레로 성형되지 않았기에 정       오는 원인이 되는 사스러운 행동 즉, 인간의 행위에서 나타나는 몸과 입과 마
            형화(定形化)되기보다는 부정형(不定形)의 형태로 제작될 수밖에 없었으며         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에 따르는 업보를 도자기의 소성과정 후 나타나는 빙
            부정형에 따른 자연스런 형태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비대칭의 곡선을 연출        열(유약을 바른 표면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는 상태)의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해 주며 오히려 정감을 느끼게 하여 주면서 감상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소        삶속 이야기로 귀결 하고자 한다. 작가는 단순히 빙열의 사실적 묘사에 대한
            박하게 인도해 준다.                                     의미 보다는 그러한 행위를 통한 자신의 삶과 달항아리 안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 나가 보편적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최영욱작가는 바로 그 지
            1. 리얼리즘과 표현주의 작가 감상                             점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빙열을 그려낸다. 최영욱작가가 그려
            2020년 6월 9일 ~ 6월 30일까지 서울의 강남구에 있는 갤러리나우에서 기획   낸 빙열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도 어쩔 수 없이 균열 투성이 임을 알고 카르
            한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展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강익중사      마로 이어지는 무수한 균열들은 어떤 운명 안에 삶의 희노애락을 아우르는 기
            진작가, 구본창사진작가, 김용진조각작가, 석철주화가, 신철도예가, 오만철화       운과 심성 깊은 본심의 근본인 인성을 찾고자 한다. 그는 “달항아리의 꾸밈없
            가 겸 도예가, 이용순도예가, 전병현한지작가, 최영욱서양화작가가 초대되어        이 단순한 모습과 색감은 우리 마음 밑바닥의 측은지심 같다”고 하여 성선설
            저마다의 작품을 전시 중에 있다. 본 기획연재에서는 달항아리를 캔버스에 극       의 근원을 말한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착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응시하며 달
            사실로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 최영욱작가와 철심으로 평면작업         항아리 처럼 살고 싶은 삶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떠나는 작업을 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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