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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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알렉스 카츠, 붉은 모자 시리즈, 자비에르 로페즈 갤러리 전시회(2014년 4월 23일~6월 18일) ⓒADAGP






         에스프리누보                                         프닝 때였다. 우아한 고전미에 현대적인 세련미, 거기에 지성미까지 갖춘 그
                                                        녀에게서 카츠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나. 곧바로 데이트 신청을 한 그의 용기
        새로운 정신                                          에 힘입어 둘은 곧 연인이 됐고, 이듬해 2월 결혼에 골인했다. 1958년 에이다
                                                        와 결혼한 후 알렉스는 본격적으로 그녀를 그렸다. 그녀의 얼굴 골격과 외모
                                                        는 알렉스 카츠에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녀를 통해 그는 자신이 원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하는 회화 스타일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했고, 점차 더 형태를 평평하고 과감
                                                        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구상화라고 하기에는 묘사가 너
                                                        무 불충분하고, 추상화라고 하기에는 대상이 너무 분명했던 탓이었을까. 지나
        1950년대 후반 <추상 미술>이 대세던 뉴욕에서 모두가 구상화를 구시대적이      치게 급진적이고 새로운 스타일로 인해 알렉스 카츠는 평론가와 동료 예술가,
        라 폄하하며 비웃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을 화폭에 담으며, 꿋꿋하게 자신만의       관객 모두로부터 엄청난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작품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독창적인 초상화 스타일을 구축해나간 예술가가 있다. 결국 자신이 바라던 대       하거나 아예 전시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을 정도다. 묵묵히 혼자 작
        로 ‘완전히 새로운 멋진 회화’를 창조해 오늘날에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컬렉      업하기는 했지만 알렉스 카츠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을 줄 아는 지적인 화가
        터들은 물론 모든 세대 화가들로부터 존경 받는 그는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였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의 진솔한 초상화는 전후 미국 미술의 양대 산맥이
        원로 예술가 알렉스 카츠(Alex Katz)다. TV 화면을 닮은 과감한 인물 배치, 담  었던 <팝 아트와 추상표현주의>라는 정반대 성향의 두 가지 예술 양식에 대
        백한 붓 터치와 간결하고 화사한 색감을 통해서도 회화의 의미를 획득할 수        한 나름의 반응이었던 것으로 읽을 수 있다. 팝 아티스트들처럼 그도 영화, 텔
        있다고 보았고 자신만의 구상화에 매진했다.                         레비전, 또는 옥외 대형 광고판 이미지 같은 대중문화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
                                                        던 것. 대상에 대한 앤디 워홀의 무덤덤한 접근처럼 알렉스 카츠의 그림 역시
        올해로 94세인 그는 1951년 첫 작품을 발표한 이래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  주제 묘사에 있어 장식이나 감성적 측면을 제거해 서늘한 느낌을 줬다. 그러
        려 2백여 회의 개인전과 5백 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상의 한 순간을     나 그의 방식은 차가운 기계 미학을 추구하는 팝 아트와는 확연히 달랐다. 예
        캡처한 듯 단순하고도 우아하게 그린 그림, 세밀한 묘사로 설명하기보다는 찰       술가 자신의 독특한 관점과 화가의 붓질이 지니는 따뜻함을 버리지 않았기 때
        나의 감각을 포착해내는 심플한 작품을 시도한 알렉스 카츠만의 방식은 파격        문이다. 예술가의 주관적 표현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는 추상표현주의에 더
        적이고 새로웠다. 그가 평생의 반려자이자 뮤즈가 될 에이다(Ada Katz, 1928  가까웠다. 사실상 알렉스 카츠의 초기작을 보고 그를 격려한 사람은 다름 아
        년생)를 만난 것은 1957년 가을,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자신의 전시 오    니라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빌렘 데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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