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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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작품제작에 전념하는 알렉스 카츠 ⓒADAGP












            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추상화 거장의 격려를 받은 이래로 알렉스 카츠는 재       들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오직 실존하는 현재의 순간만이 찬란하게 빛난다.
            현적 회화를 추구함에 있어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아가 주제에 대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던 <한국국제아트페
            한 정직한 초상화를 통해 그는 당대의 상반되는 예술 양식을 혼합해서 마침내       어 KIAF>에서 상당하 ‘브랜드 경쟁력’을 보인데 이어, 서울 용산구 한남동 ≪
            <미국적 사실주의 회화>를 창조해냈다. 일례로 1972년작 『파란 우산 II(Blue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도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꽃』이 국내화단의 주목
            Umbrella II)』를 보라. 우선 인물을 대형 화면 전체에 클로즈업한 과감함이 시  을 받고 있다. 12월 9일부터 2022년 2월 5일까지 선보이는 본 전시는 알렉스
            선을 사로잡는다. 에이다 특유의 우아한 표정에 맵시 있는 스카프 등 세부 묘      카츠의 작업 중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회화를 특별히 조명한다. 지난 20년간
            사가 꼼꼼하게 이뤄졌다. 그러면서도 사실주의적 재현이 아니라 그래픽 디자        작가가 작업해 왔던「꽃 시리즈」 중에서 이전에 소개된 적 없던 작품들과 더불
            인 같은 도식화를 통해 전반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쏟아지는 빗       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미 국내에
            방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무표정, 광고판을 연상시키는       서는 ≪롯데뮤지엄≫과 ≪대구미술관≫에서 개최됐던 개인전을 잇는 《꽃》은
            캔버스 비율과 크기 등으로 인해 에이다는 마치 카메라 렌즈에 포착된 은막의       2022년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예정된 알렉스 카츠의 대규모
            스타 여배우 같은 인상을 준다. 이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영화의       회고전에 앞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알렉
            한 장면처럼 특별하게 탈바꿈시키는 것은 알렉스 카츠가 지닌 탁월한 재능 중       스 카츠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 센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하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적 이미지와 모델의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화면 자      ≪테이트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뉴욕 ≪현대
            체의 2차원적 평평함과 인물의 도식화로 인해 <팝 아트>를 연상시킨다는 점       미술관(MoMA)≫, 서울 ≪아트선재센터≫에 이어 일본의 도쿄 ≪현대미술관
            이다. 일반적인 구상화와 달리 대형 광고판의 미학을 반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을 비롯해 히로시마 ≪시립 현대미술관≫, 이와키 ≪시립미술관≫ 등 전 세
            같은 생생한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창조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색 면화에      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한국에서의『꽃』개인전은
            가까운 배경 처리는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얼굴과 스       ≪타데우스 로팍 파리≫에서 2014년과 2021년에 각각 개최된 ‘초상화’ 시리
            타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에 등     즈와 ‘물’을 주제로 한 회화 작품 전시를 잇는 것으로, 알렉스 카츠의 예술 인
            장하는 화가, 시인, 무용가, 패션모델 등의 초상은 모두 뉴욕에서 작가가 예술     생을 기념하는 회고전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결론적으로, ‘원로 작가’가 되어
            적 교감을 나누는 동료들이다. 또한 피크닉, 칵테일 파티, 숲과 해변이 담긴 풍    서도 비전은커녕 세태의 물살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다 종국에는 ‘뒷전’으로
            경화들은 그가 매년 여름을 보내는 미국 메인 주의 자연 풍광이다. 이 예술가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국내미술인들에게 아무쪼록 평생의 반려자처럼 ‘새로운
            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화폭으로 옮겨옴으로써 사소하지만 지속적인 방식으         정신’에 대한 집념을 발휘함으로써 <글로벌 미술생태계>에 자랑스레 자리매
            로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전달해왔다. 그가 포착해낸 삶의 장면       김 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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