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P. 42
김구현 컬럼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알렉스 카츠 등록 페이지
ADAGP 옴니버스 1) 1987년작 『Ada and Louise』는 채도가 높은 바다와 하늘색이 특징적인 뉴잉
글랜드 지역의 미학을 잘 반영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사태평한
열전(40) 어느 봄날의 아름다운 한 순간을 포착했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고, 얇
은 꼬리 형태의 구름이 화면 전체에 늘어져 있다. 캔버스 왼쪽에는 햇살에 검
은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에이다가 우아하게 앉아 있다. 오른쪽에는 그녀의 어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머니인 루이스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챙이 넓은 모자에 얼굴이 반 정도 가
려진 채 앉아 있다. 알렉스 카츠 집 앞 해변이 배경으로 모녀는 바다를 마주
알렉스 카츠는 한 여자를 만나 첫눈에 반해 결혼하고 6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한 벤치에 편안하게 앉아 있다. 2019년 3월 7일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 출
결같은 애정으로 그녀를 그린 화가이다. 일생에 걸쳐 뮤즈로 삼은 여인들이 품되어 추정 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약 94만파운드, 약 14억원)에 낙찰됐다.
그치지 않았던 피카소와는 달리, 마치 평생 자기 부인만을 즐겨 그렸던 프랑
스의 대표적인 빛의 예술가,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 1867~1947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알렉스 카츠가 그림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럼 말이다. 아마도 그 가 추상과 실험, 정치와 자본의 메시지보다 ‘그리는 몸’의 힘을 믿는
삶의 태도를 고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늘 같은 에너지로 그리기 위해 매일 수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검은 스웨터를 입은 에이다(Ada in Black Sweater, 영과 조깅을 하며, 50년 넘게 같은 장소에서 주말도 없이 붓을 드는 집념의 예
1957년)』는 둘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린 초기작의 좋은 예다. 이제 술가. 그림에 대한 그의 변치 않는 열정은 작가를 매 순간 깨어 있게 하는, 스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 친구 화가 앞에 부끄러운 듯 긴장한 채 포즈를 취한 젊 타일리시한 감각을 유지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지. 그래서인지 알렉스 카
은 에이다. 사랑의 힘이었는지, 비록 초기작이지만 짙은 눈썹에 아몬드처럼 츠의 작품은 50년 전 그림도 마치 어제 그린 것처럼 생생하며 한국인의 정서
길고 고운 눈과 부드러운 입매 등 에이다라는 인물의 특징이 완벽하게 잘 포 와도 잘 부합한다.
착돼 있다. 이는 그 후로도 200점 넘게 그려질 그녀의 초상화를 위한 몽타주
같은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심지어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내를 그리 참고로, 알렉스 카츠는 오스트리아에서 출발한 유럽의 명문 갤러리 ≪타데우
는 그의 열정은 여전하다. 스 로팍≫이 지난 10월 서울 한남동 《포트 힐 빌딩》에 지점을 내면서 한국 미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