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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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혁 컬럼
바실리 베레샤긴, <병원에서>, 1901년, 캔버스에 유 채, The Museum of Art, Nikolayev, Ukraine
병마와 싸우는 의료인들
가 경력 동안 전쟁 장면을 주로 그렸지요.
어머님께 보내는 편지 베레샤긴은 1894년부터 1895년까지의 제1차 중일전쟁 당시 극동 지역 에 있
었습니다. 1900년 중국의 의화단 반란 당시에는 만주에서 러시아 군 대와 함
께 있었고. 그 이후에도 1901년 필리핀 독립전쟁 때에는 필리핀에 머물면서
박광혁 (내과 전문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때 그는 미군 야전병원에 있으면서 병원 그림을 시리즈
로 그렸습니다. 그림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필리핀 독립 전쟁에 대하여 간
병원에는 수술 장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간호사 이야기 단하게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간호사와 환자 이야기를 그린 러시아의 화 가를 소개 필리핀이 서양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시작한 시기는 1521년 스페인의 마젤란
할까 합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전 쟁 그림의 대 이 필리핀에 도착한 이후입니다. 그리고 8년 후인 1529년 스페인 은 사라고
가 바실리 베레샤긴Vasily Vereshchagin(1842~1904)입니다. 사 조약에 의해 포르투갈로부터 필리핀의 영유권을 인정받게 됩니다. 당사자
러시아의 전쟁 화가이자 반전 화가인 바실리 베레샤긴은 러시아 전쟁 사 그림 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자기들끼리 결정한 것이지요. 이후 필리핀은 1571년
의 독보적 존재였습니다. ‘한손에는 이젤을, 다른 손에는 권총을 들은 화가’라 마닐라시가 건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스페인 식민 통치를 받게 됩니다. 필리핀
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베레샤긴은 19세기에 러시아 제국이 수행한 여러 전쟁 이라는 이름도 당시 스페인 국왕 필리페 2세의 이름 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에 종군하여 전쟁화도 많이 그렸지만, 사실 공격적인 전 쟁에 항의하기 위한 그후 300여 년간 필리핀은 118명의 총독으로부터 혹독한 식민지 정책에 의
반전 그림도 많이 그렸습니다. 그는 세계의 절반을 돌고 두 번의 전쟁에도 직 해 수탈되었습니다.
접 참여했습니다. 그는 관광을 목적으로 여행하지 않았고, 40년 대부분의 화 필리핀 사람들은 19세기 중반 이후 자국의 독립을 위해 무장 투쟁을 시 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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