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1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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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이건희 컬렉션), 92×73cm, 1975 (우) 마르크 샤갈,꽃 다발(아트 부산), 81x65cm, 1982 ⓒADAGP
앙드레 말로는 무엇인가 독특하고 현대적인 신선한 자극을 원했다.
결국 30년 절친 마르크 샤갈이 갖고 있는 난해하고 원초적인 영감에 힘을 실어주었다.
보수 관료들과 언론의 냉담한 반응을 무릅써 가면서 ≪파리 오페라좌≫ 천장의 ‘재 창조’를 시도한 것이다.
이고 급진적인 <아방가르드 미술>의 형식에 집착하는 미술사조를 거부한 사 가 되어 넘쳐 흐르는 분위기다. 제일 먼저, 적지 않은 물량을 자랑하는 ‘이건희
상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후 샤갈은 입체파와 야수파의 작품들을 독창적으 컬렉션’의 기증을 통해 국민들이 ‘고 품격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
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색채의 마술사’라는 호평과 함께 1939년에 ‘카네 을 기화로 【상속세 물납제】의 법적·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자는 여론이 형성되
기 상’을 수상한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 등의 었다. 이도 모자라는지 전국 각지의 자체에서 벼라 별 명분을 내세워 무분별
나라를 망명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유지했다. 벨라는 그 와중에도 샤갈이 러시 하게 ‘아전인수 식 유치작전’은 지역주민의 염원을 넘어서 도무지 유치하기 그
아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준다. 하지만 1944년 질병 지없을 정도다. 그 와중에서도 우리 국민들과 세계각국의 주목을 받은 ‘대표적
에 감염된 벨라는 전쟁 중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샤갈보다 먼저 세상을 컬렉션’ 가운데 더욱 돋보이는 ‘명품’은 단연코 마르크 샤갈의『붉은 꽃다발과
떠났다. 샤갈은 인생의 위대한 뮤즈였던 벨라가 떠난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캔 연인들’(1975)』이 아닐지. 이 기세를 몰고 지난 5월 중순에 개최되어 무려 350
버스들을 모두 벽 쪽으로 돌려놓은 채 절필을 했을 정도로 극심한 상실감에 빠 억원에 달하는 국내 매출신기록을 세운 국제아트페어 <아트부산>에서도 마
졌다. 벨라가 부재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샤갈은 다시 붓을 들고 프랑스의 르크 샤갈의『꽃다발(Le Bouquet)』이 ‘최고액 판매가’ 기록을 세웠다. 그 뿐이
지중해 생 에 머물며 특유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따뜻한 색채가 가득한 명작을 아니다. ≪케이옥션≫에서는 ‘메인 출품작’으로 마르크 샤갈의 1973년작 『생
그렸다. 샤갈은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던 어린 시절부터 쉽게 접할 폴 드 방스의 정원』을 내세웠다. 최고가 작품으로, 45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되
수 있는 화가 중 한 사람이었다. 미술적 지식 없이도 화려한 색감은 눈에 띄며, 었다. 공교롭게도 이상의 모든 마르크 샤갈의 ‘대박 퍼레이드’의 공통 주제어
작품의 배경을 모르고도 동화적 분위기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샤갈의 가『꽃다발』이라는 단어로 함축되어 있다. 이는 과연 우리 미술생태계에 무엇
미술에는 특징지어지지 않는 것에서 오는 매력이 있다. 일관되게 풍경만을 표 을 시사하고 상징하는 ‘꽃다발’인지 상상해본다. 아마도 요즘 국내미술 수요시
현한다거나, 기이한 나름의 상징 체계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오랜 그의 인 장의 대세로 떠오른 【MZ세대】의 젊은 기수들에게 우리 화단이 선사할 수 있
생 시기별로 작품의 특성이 달라진다. 강력한 영향을 준 유파도 없고, 세상을 는 ‘희망의 꽃다발’로 해석한다면 너무 오버일까? 아무쪼록 모처럼 맞이한 절
바꿔놓은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인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갈 호의 기회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신’을 공
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미술사적 배경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한 ‘변화 수용자’들이 서로 진솔하게 마주 보고 교감할 수 있는 <한마당 잔치
>가 지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근 들어와, 국내 미술시장에서 ‘변화의 요구’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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