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전시가이드 2021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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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Whispers of love, 91x72.7cm, Acrylic on canvas, 2021 달빛 안에 속삭임, 91x72.7cm, Acrylic on canvas, 2021
모던민화의 재해석, 황정희 팽배했던 현대인의 삶이 함께 극복해야할 상황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위기일
수록 빛을 발하는 그림, 달항아리라는 행운을 품은 대표작 <사랑 품은 단지>
Fish-POP, 에서 물고기가 꿈을 향해 헤엄치는 모습은 상황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하는 오늘의 삶과 무척 닮았다. 사이의 미학을 사랑으로 풀어낸 작
사랑 충만한 물고기의 노래 품들. 작가는 사랑의 기본이 되는 관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자신을 다르게 정의하는 것 같아요. 한 마리의 물고기
는 자신과의 대화를, 두 마리의 물고기는 가까운 연인이나 지인들 혹은 나의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어제와 오늘(나의 여러 자아)을 표현해요. 더 많은 개체는 사회에서 만나는 군
상들과 가족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물결의 파장(선율)을 편안하게 그리는 이
사랑을 품은 물고기가 달항아리를 유영(遊泳)하고, 모던민화 속 어해도(魚蟹 유를 묻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랑을 전제로 한 유연함이 기본이 되기 때문”
圖)가 행복을 약속하는 상상. 이 모든 것들이 행운과 사랑을 노래하는 황정희 이라고 답한다. 사랑은 단순한 남녀 간의 감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나의
작가의 《피쉬팝(Fish-POP), 사랑의 노래》 전시에 담겨 있다. 국회아트갤러리 물고기를 그린다는 것은 내면을 확장하는 것이고, 다음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의원회관 1F)에서 6월2일부터 29일까지 열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일을 찾거나 꿈꾸는 이상향을 확장시키는 과정
리는 이 전시의 기획은 S&S pro'j (이상비대표)가 맡았고, 주최는 이영 국회의 들이 물고기가 어딘가로 헤엄쳐가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원실에서 후원했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관한 여러 상징들을 단
숨에 이해시키는 탁월함은 황정희 만의 조형감각과 대상해석이기에 가능하 Re-new, 모던민화의 대중적 재해석
다. 뜨겁고도 아픈 선물같이 달콤하면서도 쓰디 쓴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 전통민화의 길상적 표현을 사랑이라는 현대언어로 해석한 작가는 여러 방면
모두가 거쳐야할 성장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연인·친구·가족 사이 에서 민화의 모티브를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서민계층의 그림이었
(人間)’를 유영하며 관계를 맺어야 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삶이란 스토리텔링 던 민(民)의 의미를 ‘대중(大衆, popular))’으로 바꿔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쉽고 편한 그림’이란 의미에서 ‘피쉬-팝’을 지향하는가 하면, 어해도 속 상황해
석들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배경선택도 대중화된 달항아리, 만개한 꽃, 조화를
피쉬팝 시리즈, “All for Love, Love for all” 상징하는 해와 달 등 21세기 언어와 잘 어울리는 새로운 상황연출에 주목한
리드미컬한 물의 파장을 유유히 해쳐나가는 물고기들의 사랑노래, 누구나 공 다. 미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부터 해박한 지식으로 작품을 접하는 전문인에
감하는 황정희의 피쉬팝은 한마디로 “All for Love, Love for all”로 함축된다. 이르기까지 누구나 만나면 편안하게 휴식하고 다친 관계들을 회복시켜 사랑
우리 모두에게 사랑이란 어렵다. 최근 다양한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러브콜 에 대한 믿음을 되찾아주려는 치유를 담은 그림인 것이다. 전통민화와 다른 점
을 받고 있는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사이의 관계를 밀착할 수밖에 은 어설픈 아마추어의 민화와 달리, 동양화전공자 다운 완벽한 필선과 학창시
없는 현실이 작품을 더욱 공감하게 했다고 말한다. 밀레니얼 이후 개인주의가 절부터 드러낸 채색과의 통일감 있는 조화이다. 아크릴 물감과 수용성 재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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