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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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류: 분야나 장르로서 따로 유지하기보다 주제별       박: 그런 의견도 있다. 현재 현장 운영 실태 파악을
                                        단원의 제시 혹은 단원 곳곳에 제시하여 미술이       위해 중학교 교사들을 만나보면 너무 적은 미술 시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면 되지      간에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미술사를 모두 지도해
                                        않을까 한다. ‘서양미술사’의 후속으로서의 ‘현대     야 하는 데 대한 부담, 학생들이 이론적인 지식에
                                        미술사’가, 감상하는 작품 수와 종류를 늘리고 감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상하는 기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상      지 등 방법론적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미
                                        의 힘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감상의 체험,      술사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시는 분
                                        깊은 통찰도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새로운 가      들도 있다. 그래서 본인도 요즘 이것에 대해 고민
                                        치관에 눈을 뜨는 ‘관점의 변화’라는 개념 변화가     하고 있다. 교육이 과거의 학문적 지식을 전달하
                                        필요하다. 단원이나 미술 소개 부분에서 이러한 ‘     는 데에서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이 무
                                        관점의 변화’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더 고민      엇인가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다보니, 과거의 역사
        양정인(장안고등학교 미술교사)                이 필요하다.                         를 다루는 미술사를 모두 알아야 하는가의 문제 의
                                                                        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에 기반하여
         교직 경력 20년차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2018)를 집필하였다. 학교미술교육을 통해 지  고: 동시대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문  현재가 있고, 현재와 미래는 연결되어 있어 생략
         역사회와의 연계 및 창의적인 미술 활동을 개발하는 데 앞  제이다. 현대미술의 한 부분으로 본다면 다양한 현   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주어지는 시간은 적고 과
         장 서 왔다.                        대미술의 한 부분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20세     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양
                                        기 현대미술 다음의 21세기 미술로서 동시대 미술     이 아니라 질로, 모든 시대별로 모든 미술가를 섭
                                        을 다루는 것은 2001년 이후의 미술을 의미하는     렵하는 게 아니라, 과거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닌,
                                        데, 197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을 동시대 미술로     과거의 미술사를 학생들의 역량 함양에 도움이 될
        양:  정서적  휴식을  제공하며,  공간과  미디어   보는 견해도 있기 때문에 개념 이해에 혼동을 줄      수 있도록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의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는 예술과 접목한       수 있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동시대 미술의 중
        OOH(Out Of Home) 미디어, 미디어 파사드를 활  요성을 생각할 때 미술사 소개에서 현대미술 부분    류: 지식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미술 감상에
        용한 디지털 아트 등으로 분화될 것이다.          을 강조하여 제시할 수도 있다.               자신감을 부여하는 등의 장점이 크다. 그러나 지식
                                                                        은 지식이 없는 작품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잃고 쉽
        오: 미디어 아트는 미술의 하위 또는 세부 장르가     장: 현대의 미술을 20세기 중반까지의 미술처럼      게 포기하게 만드는 문제점도 있다. 학습의 단계에
        아니라, 디지털 장치를 활용하는 새로운 예술의 통     규정하고 정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이        서는 미술사나 미술 용어를 모르면 잠시의 순간적
        칭이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 안에 미술, 음악, 무용,   있지만, 다양한 형식과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소    인 체험은 가능하더라도 그 바탕으로서의 미술과
        공연, 영상, 건축 등 예술 각 장르가 새로운 기술과   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객관적인 제시 기준과 구     의 소통, 미술을 통한 소통, 미술의 핵심에 다가서
        연계되어 포함되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사람들      분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는 진정한 접근은 어려워진다.
        이 경탄할 만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기술이 개발
        되면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곧바로 작품에 활용할       양: 미술은 정확히 시대를 반영한다. 지금 시대를     고: 연대기적 미술사 제시는 심화 학습이나 부록,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수록 미디어 아트 내     생각해보면 이제는 어떤 절대적인 종교나 가치관       디지털 자료 등으로 제시 가능하다. 교과서는 감상
        에서 여러 기법이 분화된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고      이 세상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어느 인종이나      부분에서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고, 교사의 교
        자명하게 맞다.                        민족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     수·학습을 안내, 도와주는 자료로서 연대기적 진
                                        마찬가지로, 미술에서는 회화와 조각이라는 과거       술이 아닌 미술 감상적 관점, 교수·학습방법으로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   의 절대적인 형식 혹은 백인 남성 중심에서 탈출하     의 작품 제시 등으로 서술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1998)의  ‘감상’  단원  ‘서양미술사’에서도  ‘현대  여 성별, 인종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된다면 현재의 백과사전식 교과서 진술보다는 전
        미술’까지 제시되었는데, 현행 중등 미술 교과서      현상이 나타났다. 형식적으로는 회화와 조각에서       체 분량 등이 적어질 수 있고 초점을 맞춘 진술이
        ‘감상’ 단원 ‘서양미술사’에서도 20세기 현대미술    탈출하여 퍼포먼스, 설치영상미술 등과 같은 수많      될 수 있을 것이다.
        까지만 제시된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 미술 형식으로 다양화하는 것, 그리고 내용적으
                                        로는 백인 남성 중심에서 여성, 유색인종으로 다양     장: 여러 나라 미술사의 이해와 비교의 측면에서
        박: 미술교육은 미술이라는 내용에서 학생들이 배      화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특징이라 할       종적, 횡적 이해, 맥락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연대
        워야 할 내용을 교육과정으로 선별하고, 이에 기      수 있기 때문에, 서양미술사로 한정해서 논의하는      기적 제시도 필요하다.
        반하여 미술 교과서가 만들어진다. 현행 교육과정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인 2015 개정 미술과 교육과정은 미술을 통해 학                                    양: 교과서는 학생들을 위한 안내서이기 때문에,
        생들에게 함양하고자 하는 역량에 기반하고 있다.      오: 동시대 미술에 대한 학문적인 정리와 교육으      방대한 내용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생
        모든 시대의 미술을 지식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은      로의 합의가 항상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들이 스스로 미술사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니며, 그만큼 학생들의 미술 수업 시간이 충분      격차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래의
        하지도 않다. 학생들이 어떤 시대의 어떤 미술을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교육은 최소한 수년 전까지       오: 연대기적 미술사 서술은 큰 흐름을 파악하는
        배우든 미술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의 최신 동향과 현상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 예를     데에 도움이 된다. 학습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흥     들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8년에 발행  하다. 다만, 연대기적 구성에서 빠지거나 예외적
        미로워하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 내 주변에서 쉽     된 교과서라면 그때까지의 미술을 언급해야 한다.      인 내용도 많이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연
        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보았                                     대기적 구성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거나 해결할 수
        을 때는 어느 정도 정립되고 배워야 할 가치를 인     중등 미술 교과서 ‘감상’ 단원에 연대기적 미술사     있다.
        정받은 것을 중심으로, 적어도 교과서는 이런 것을     제시가 필요 없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데서 어느 시대까지를 담     는가.                             중등 미술 교과서 ‘체험’ 및 ‘표현’ 중점 단원에 다
        아야 하는가의 고민이 생겨나는 것 같다.                                          양하게 제시되어 있는 동시대 미술의 내용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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