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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순수 작가들의
민화 차용,
응용(〜1970)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일찍부터 민화는 순수회화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매력적인
대상이었으며, 그 밖의 다른 주변 영역의 공예가들에게도 민화는
많은 영감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형식과 의미를 지닌 민화적인 작
품들이 탄생되곤 하였다. 따라서 민화를 접목하여 작업한 순수회
화의 대표적인 작가들 작품을 시대 순으로 살펴 나침반으로 삼
고자 한다.
해방 후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은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서
로 갈등하고 교섭하고 혼재되고 융합되었다. 그런 가운데 민화는
민족미술의 정립이라는 화단의 요구와 맞물려 순수미술 작가들에
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민화는 순수미술 작가들
에게 새로운 조형실험의 원천으로 차용, 응용되기 시작하였다. 순
수 미술 작가들이 민화의 특정요소를 차용, 응용해 자신의 회화 세
계로 구축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전통적인 것 나아가 조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민화의 자유로운 형식이 그들에게 생명력이 넘치
는 건강한 미美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추적해 보면 근대로부터 이어져온 채색표현주의를 중심으로 한
작가들과 그들 제자들 중에는 계속해서 민화를 재해석해 왔다. 또
한 1950년대 들어 미술대학에서 동양화, 서양화를 전공한 몇몇 작
가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민화의 방법과 주제를 당대의 문제와
감성을 담아 창의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1946년 서울
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1949년 홍익대학교에 순수회화과가 운
영되면서, 동양화,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 작가들이 보다 깊이 있게
민화의 제재에 접근해 작품을 제작, 발표하였다.
서양화 작가들도 민화의 조형적인 요소나 도상적 내용을 차용하
여 자신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민화의 특징
1)
을 서구 모더니즘 형식 속에 용해하는 전략을 썼다. 이들이 민
화 작가와 다른 것은 민화의 기복과 길상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민화 제재로 캔버스의 화면을 조형하고, 각 개인의 감정이나 메시
지를 나타내는 매개물로 이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서양
화 작가들 각 개인의 미학을 위해 민화를 다양하게 차용, 접목하
고 있다는 것이다. 2)
김환기金煥基(1913〜1974), 유영국柳永國(1916〜2002), 박상
옥朴商玉(1915〜1968), 박수근朴壽根(1914〜1965), 이중섭李仲
화훼도 85×40cm 연화
燮(1916〜1956) 등의 작가들은 전통적인 제재와 향토성 짙은 독
특한 작품을 그려내어 후배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p.19참조. (주)휴머니스트 출판그
룹. 2014.
2) 김미정〈한국 현대미술의 민화 차용〉《한국 민화의 과제와 나아갈
방향》p.92참조. 한국민화학회. 201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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