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2019년12월전시가이드이북보기
P. 41

김용권 컬럼


                                                                  순수 작가들의


                                                                  민화 차용,


                                                                  응용(〜1970)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일찍부터 민화는 순수회화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매력적인
                                                                   대상이었으며, 그 밖의 다른 주변 영역의 공예가들에게도 민화는
                                                                   많은 영감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형식과 의미를 지닌 민화적인 작
                                                                   품들이 탄생되곤 하였다. 따라서 민화를 접목하여 작업한 순수회
                                                                   화의 대표적인 작가들 작품을 시대 순으로 살펴 나침반으로 삼
                                                                   고자 한다.

                                                                   해방 후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은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서
                                                                   로 갈등하고 교섭하고 혼재되고 융합되었다. 그런 가운데 민화는
                                                                   민족미술의 정립이라는 화단의 요구와 맞물려 순수미술 작가들에
                                                                   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민화는 순수미술 작가들
                                                                   에게 새로운 조형실험의 원천으로 차용, 응용되기 시작하였다. 순
                                                                   수 미술 작가들이 민화의 특정요소를 차용, 응용해 자신의 회화 세
                                                                   계로 구축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전통적인 것 나아가 조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민화의 자유로운 형식이 그들에게 생명력이 넘치
                                                                   는 건강한 미美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추적해 보면 근대로부터 이어져온 채색표현주의를 중심으로 한
                                                                   작가들과 그들 제자들 중에는 계속해서 민화를 재해석해 왔다. 또
                                                                   한 1950년대 들어 미술대학에서 동양화, 서양화를 전공한 몇몇 작
                                                                   가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민화의 방법과 주제를 당대의 문제와
                                                                   감성을 담아 창의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1946년 서울
                                                                   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1949년 홍익대학교에 순수회화과가 운
                                                                   영되면서, 동양화,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 작가들이 보다 깊이 있게
                                                                   민화의 제재에 접근해 작품을 제작, 발표하였다.

                                                                   서양화 작가들도 민화의 조형적인 요소나 도상적 내용을 차용하
                                                                   여 자신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민화의 특징
                                                                                                 1)
                                                                   을 서구 모더니즘 형식 속에 용해하는 전략을 썼다.   이들이 민
                                                                   화 작가와 다른 것은 민화의 기복과 길상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민화 제재로 캔버스의 화면을 조형하고, 각 개인의 감정이나 메시
                                                                   지를 나타내는 매개물로 이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서양
                                                                   화 작가들 각 개인의 미학을 위해 민화를 다양하게 차용, 접목하
                                                                   고 있다는 것이다.  2)
                                                                   김환기金煥基(1913〜1974),  유영국柳永國(1916〜2002),  박상
                                                                   옥朴商玉(1915〜1968),  박수근朴壽根(1914〜1965),  이중섭李仲
                                                    화훼도 85×40cm  연화
                                                                   燮(1916〜1956) 등의 작가들은 전통적인 제재와 향토성 짙은 독
                                                                   특한 작품을 그려내어 후배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 박영택《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p.19참조. (주)휴머니스트 출판그
                                                                    룹. 2014.
                                                                    2)  김미정〈한국 현대미술의 민화 차용〉《한국 민화의 과제와 나아갈
                                                                    방향》p.92참조. 한국민화학회. 2014.9.20.



                                                                                                       39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