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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90.9×65.1cm, 2011                       장미와 사과, 60.6x72.7cm, 2016







                                 나는 형체와 색깔에 따라 어느새 이내 붓 길은 캔버스(canvas) 위에서 활발히 춤춘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요동케 하는 꽃에서 애정과 환희, 꿈과 그리고 기도하듯 숙연함을 느낀다.










            다가서며 개인적으로는 더욱 큰 여유로움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던 시기였다.        심화 시켜주는 더욱 큰 의미의 능력을 겸비 하고 있다. 감상자들이 작가의 작
            인간미 넘치는 넓은 마음을 소유하고 주변 작가들의 마음속에 편안함으로 남        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화사함, 따뜻함, 안정감과 함께 생동적인 일상생활의
            아 있는 작가의 인품은 오랜 세월 꾸준히 쌓아 지내온 화단의 활발하고 적극       감정이 깊이 전달되는 동질감의 생명력은 사물을 충실히 관찰하고 정직한 관
            적인 활동 속에 다져진 내공으로 보여 진다. 근작에 들어서도 작가의 직관적인      점으로 화면에 옮겨놓는 진솔함에 황정자화백의 매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관찰에 의한 풍경과 정물의 표현은 작가의 쌓아온 내공만큼 더욱 깊은 정서적       녀의 그림에서 엿볼 수 있는 창작의 기품은 각박하지만 여유로웠던 우리 일상
            심미감을 자극해준다. 황정자 작가의 그림 속에는 순수하게 진리와 아름다움        생활의 군더더기가 없는 감성의 표현의 발로이다. 농밀한 대상의 묘사가 주는
            을 추구하는 태도인 아카데미즘(academism)과 함께 ‘일상생활’이 항상 자리   사물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작가의 인물, 정물과 풍경화는 여타의
            하고 있음에 그녀의 작가로서의 뚝심을 체감 할 수 있게 되었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무균실 속에 들여 놓인 듯 정제된 심성으로 순수한 유
                                                            채의 색감과 생동하는 붓 터치의 생명력으로 나타난다. 평생 과업으로 함께
                                                            동행 한 화가의 정신이 깃 든 일상생활의 사실감 있는 정직한 화업(畫業)의 길
            “일상생활에서 소홀히 하기 쉽고 무심히 스친 모든 사물 앞에서 나는 항상 긴      은 작가의 이상세계인 풍요로운 삶을 대변해 주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로인
            장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대상은 그대로        해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상자들의 미적감수성에 실제 이상의 진솔한
            의 실물이 아닌 투영된 빛과 형체에서 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감동      회화를 통한 아름다움을 전달 해주는 소임을 다해주고 있다.
            의 느낌으로 대상을 바라보면서 나는 형체와 색깔에 따라 어느새 이내 붓 길
            은 캔버스(canvas) 위에서 활발히 춤춘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요동케 하   따뜻한 차와 함께한 황정자화백의 일상생활은 특별한 계층의 호사스러움 같
            는 꽃에서 애정과 환희, 꿈과 그리고 기도하듯 숙연함을 느낀다. 내 주변 어느     이 화려할 것 없지만 일생을 화가로 살아온 그녀의 성취감과 함께 아름다운
            곳 이나 나의 눈길이 닿는 대상 앞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빛과 생명을 잉태한       성을 쌓고 그 안에서 고풍스런 삶을 이어가는 속에 행복감을 볼 수 있다. 전 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계 각국을 여행하며 이곳 작업실 까지 기꺼이 동행해준 소품들이 그녀의 행
                                    - 2008년 봄, 황정자 작가노트 중 -  복과 함께 새로워 보인다. 장승처럼 터줏대감놀이를 하던 무게 이젤의 몸에
                                                            어지러이 뭍 혀 있는 각종 유화물감 색들이 정겨워 보인다. 황정자 화백의 작
                                                            업실을 나서며 반세기를 넘어선 원로 화백의 오랜 캔버스들이 더욱 많은 감
            뚤르즈 로트렉은 ‘보는 능력을 부여받은 인간은 적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상자들을 만나고 그녀가 추구해온 소소한 ‘일상생활’을 함께 공감해 볼 수 있
            능력을 부여받은 인간은 더욱 적다.’ 고했다. 서양화가 황정자는 자신의 평생      게 되길 소망해 본다.
            의 창작활동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과 함께 그것의 정서적 깊이를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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