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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칼럼

























        하이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아트 인스톨레이션과 퍼포먼스의 사례_Astrocyte, Philip Beesley Architecture Inc







        “하이테크놀로지와                                       에는 절약된 노동시간만큼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잘 노는 것, 기왕이면 의미있게 노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예술활동의
        손잡은 현대미술”                                       직, 간접적인 체험은 의미있게 노는 것에 속한다. 미술은 시각예술이며 음악
                                                        이나 체육에 비해 정적인 분야여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하
                                                        이테크놀로지를 장착한 미술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정은경((EK아트갤러리 대표)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하이테크놀로지 미디어그룹으로 “아르스 일렉
                                                        트로니카(ARS Electronica)”를 들 수 있다. 오스트리아, 린츠(Linz, Austria)에
        올해 마지막 칼럼의 주제는 하이테크놀로지와 미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2017      서 1979년에 창설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이 도시의 주력산업이었던 철강
        년 9월호에 기고한 "4차 산업혁명시대와 미술"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읽어주       산업의 쇠퇴로 도시가 침체되자 예술, 테크놀로지, 사회(art, technology and
        시면 좋겠다.                                         society)를 연결한다는 취지의 축제를 매년 9월에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40
                                                        주년을 맞았다. 도시 전체를 캔버스 삼아 6일 동안 하이테크놀로지를 장착한
        미술의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미술의 형식이나 재료에 영향을 미쳤고         예술 전 분야의 실험적인 시도들을 보여 주었다.
        미술과 과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해 오고 있다. 프로그래밍한
        기계로 회화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던 혁신적인 미술가 고 백남준의 비디오아        이번 축제에서 AI를 이용해 말러의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해서 연주한 무대
        트 이후로 하이테크놀로지와 미술의 결합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최근 AI(인공       가 있었는데 두터운 클래식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관객에게
        지능)의 등장으로 이를 미술이나 음악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들        는 큰 즐거움을 주었지만 우리나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못했다는
        이 이루어지고 있다.                                     후문이다.
                                                        앞서 개최된 2016년 축제에서 발표된 <다뉴브 강 위의 드론 100>의 유튜브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AI가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으  영상을 보면 화약으로 불꽃놀이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를 경험하
        로 침투한 사건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팽팽했던 대국이라고      게 해준다. 축제는 1년에 한번 열리지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센터에 가면 린
        할 수 있다. 비록 1:2로 인간 바둑 천재가 인공지능 바둑 기계에게 패했지만 이   츠시가 지원하고 여러 기업에게서 펀딩을 받아 제작하고 있는 다양한 미디어
        세돌은 인류역사에서 인공지능을 이긴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쨋        아트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고 하니 미디어아트에 관심있는 분들은 린츠로 미
        거나 이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인공지능 시대를 두려워하게 만        디어아트 투어를 떠나도 좋겠다.
        들었으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온, 오프라인에서 핫이슈가 되었다.
                                                        굳이 12시간을 날아서 린츠에 가지 않아도 서울 시내에서 미디어아트를 즐
        다행스럽게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없어질 직업 중에 예술가는 포함되지 않         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는다니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서 예술가들의 살림살이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         2000년에 개최된 이래 2020년 11회를 준비하고 있는 “미디어시티 서울”은
        라고 낙관해도 될까? 4차 산업혁명과 예술은 도대체 어떤 관계에 처해지게        디지털 멀티미디어 아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이
        될까? 하이테크놀로지를 장착한 미술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소통하게 될         며 서울시가 지원하고 있다.
        까? 하이테크놀로지 아트는 미술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될 수 있을까?         백남준의 후예이자 기술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말해주듯 우리나라 미디어아
                                                        트의 수준은 유럽,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펀딩의 규모에서
        자동화된 기계와 로봇이 지금보다 더 하인노릇을 충실하게 해줄 다가올 미래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작가들이 경제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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