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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미술 박물관 전시장면, 2.4×6m, 아이오와 대학 소장품 ©장-폴 게티 트러스트
수 있었던 것이다. 잭슨폴록처럼 작업을 통해 과정으로서의 미술을 발견하면 지난 11월 23일 저녁 홍콩완차이 섬 해안의 ≪홍콩 컨벤션센터≫ 3층 그랜
서 추상표현주의는 형식주의 모더니즘의 전형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뿐만 드홀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경매드라마가 펼쳐졌다. 여기서 열린 다국적 경매
이 아니라 잭슨폴록은 당시 미국이 원하던 이상적인 작가의 자질을 갖추었던 사<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와 동시대 미술 경매’에 주요 대표작으로 거명
사람이기도 하다. 1950년대 미국은 개척정신과 개인주의, 광대한 자연, 그리 되면서, 17번째로 등장한 김환기의 1971년작 푸른 점화 『우주(원제:05-IV-71
고 아메리칸 인디안 문화로 설명된다. 잭슨폴록의 작품은 거대한 화면을 통해 #200)』가 주역이었다. 『우주』는 시종 열띤 경합 속에 예상을 뛰어넘는 최고 가
광대한 스케일을, 격렬한 액션 페인팅은 개척정신을, 강렬한 색채는 원주민 문 격을 기록했다. 수수료까지 합치면 낙찰가 총액은 153억여원으로, 100억대를
화를 떠올리게 만들며 미국적 요소를 고루 갖춘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잭 넘는 국내 유일무이한 경매 최고 작품 반열에 올랐다. <우주>의 약진 이면에
슨폴록 자체가 늘 담배를 물고 있는 등 마초적 이미지의 남성성을 갖춘 사람 는 짚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응찰과정에서 최종 경쟁한 두 사람의 전화응찰
이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적 특성이 강화된 그와 그의 화풍은 1949년 미국의 자는 한국인과 서구인이었으나, 마지막에 130억을 넘겨 2억원을 더 부른 서
대표적인 주류 라이프스타일 잡지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구인 품에 『우주』가 돌아간 것이다. 낙찰자는 국제미술시장에 익히 알려진 예
다. 미술잡지가 아닌 일반 잡지에 화가와 작품이 실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술사업 분야 유력인사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내 미술계 일부 전문가들은
이다. 한 순간에 잭슨폴록은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가 되었다. 이 돌아와야 할 그림이 외국 개인 사업가의 컬렉션에 넘어가면서 국내에 전시될
후에도 폴록의 작품은 보그 잡지 화보에 쓰이기도 하며 작업과정을 촬영하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앞으로 이 걸작을 영영 못
것을 허락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었으며 미국 미술 기관의 전폭 볼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전언이다. 국내 미술계에 <경매 시장>이 도입된 지
적인 후원을 받았다. 드디어 미국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자국의 화가 20년 만에, 이제 겨우 우리 미술사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낸 화가가 탄생하
를 갖게 된 것이다. 잭슨폴록의 아내 리 크래스너는 숨은 조력자였다. 그녀 역 는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국제 경매무대에서 한국 거장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시 모더니즘 미학을 따르는 화가였지만, 잭슨폴록이 유명해지면서 자신은 예 아로새기며 세계 미술계의 재조명을 받을 발판을 마련하자마자 벌어진 상황
술 활동을 접고 폴록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녀의 작품은 잭슨폴록 인 것이다. 여기서 1990년 일본인 갑부의 손에 들어가 그의 사후 종적을 알 수
의 작품처럼 올 오버 구도로 균일하게 화연을 채우며 화면의 평면성을 추구하 없게 된 고흐의 명작 『가세 박사의 초상』이 떠오른다. 김환기의 『우주』도 외국
는 추상회다. 색의 대한 감각은 잭슨폴록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그 인의컬렉션리스트에서만 유랑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기정 사실이 되
녀의 짧은 작품 활동을 아쉽게 보는 시각도 있다.덧붙여 잭슨폴록은 교통사고 지 않을지. 아무쪼록 과거 간송 선생의 사례를 본받은어느 지혜로운 국내 기
로 사망했는데, 그 때 다른 여인들과 함께 있었다는 비도덕적 개인사가 알려 업가가, ‘새로운 정신’에 의해 깨어나 미아가 된 『우주』를국내 미술시장으로 귀
지면서 그를 향한 비판적 시각이 더욱 형성되었다. 환시켜 주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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