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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제주의 봄, 162.2×7.0cm
일상의 미학을 향유(享有)하는 을 지닌다. 작가는 ‘일상생활’이라는 화두로 우리들의 주변에 다양한 관계성으
로 일어나는 심미적 상황들을 깊은 관찰로 화폭에 담는 작업을 한다. 작가의
서양화가 황 정 자 작업에서 시각적인 관찰은 가식 없는 진솔한 감성으로 나타나며 극사실적묘
사의 차가운 감성을 황정자화백 만이 가지고 있는 정감 깊은 터치로 한껏 서
정적 감성을 자극해 준다.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생동감이 넘치는 사실적 묘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사와 아름다움이 구상화가 가지는 진부함을 넘어 신선함과 따뜻한 감수성으
로 다가오는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테레핀유와 린시드유의 혼합된 향이 가득한 황정자 서양화가의 작업실은 시 1970년대에 그려진 붕어장수(1978), 노점(1979)을 보면, 우리나라 구상회화
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화단의 화가들이 현대미술을 개척하던 의 개척기 소박한 화면의 구성과 진솔한 색채로 표현되는 정직한 감성적 표
감성적 시점으로 필자를 안내해 주었다. 고고(古故)해 보이는 유화 빠렛과 이 현으로 우리네 생활 속의 고단했던 이야기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그럼에
젤에 몸을 맡긴 미완의 캔버스는 현재 작업 중 임에도 수십 년간 그 자리에 머 도 노점에 자리 잡은 시장안의 생선장사 들의 모습과 진열된 붕어와 온갖 생
물고 있는 터줏대감을 보는듯한 느낌으로 손님을 맞아 준다. 작업실 켜켜이 선들의 모습들은 현대인들의 복잡한 사회구조와 시간에 쫓기는 각박함을 잠
쌓인 세월만큼의 작품들과 함께 황정자화가가 세계를 여행하며 작은 화지에 시 잊게 해주며 지금의 시장의 풍경보다 한결 여유 있고 정 이 살아 있는 당시
흑백의 터치로 담아낸 빈티지한 거리의 풍경과 함께 소소히 모아둔 소품들이 의 삶의 여유로움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당시의 화단의 흐름은 앵포르멜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은 그동안 보았던 화가들의 또 다른 작업실의 모습으로 (Informel)의 영향을 받아 단색화의 영향력이 커지며 구상화에서 비구상화로
잠시 동안 시선을 흥미롭게 해준다. 수많은 시간을 화가와 함께했을 작업실 안 새로운 회화의 기법을 모색하려는 담론으로 실험적 작품 활동이 시작되며 서
의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원로화가가 내어 주는 따뜻한 차를 한잔하며 ‘일상생 정적 기반을 둔 구상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겐 다소 진부함으로 치부하려는 경
활’에 근원을 둔 작품세계를 감상해 본다. 향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러한 한국화단의 흐름 속 에서도 황정자화백
은 자신이 가지는 감성을 근본으로 정직한 표현활동에 흔들림 없이 길을 걸어
서양화가 황정자는 사물의 물성을 과장되지 않게 그대로 사실에 근거하여 표 왔다. 1980년대에 이르러 사물과 천의 조화를 이룬 정물표현의 작업과정에
현하되 회화가 가지는 감성에 충만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창작 활동을 한다. 구 서 작가는 서정적 감성에서 심성의 풍요로움으로 창작활동의 확장성이 보여
상표현에 있어서 고전주의 적인 깊은 감성으로 정물과 풍경이 제 각각의 사물 진다. 이 시기는 작가의 왕성한 작품 활동과 함께 73년도에 창립된 여류화가
등이 고유한 표정을 가지고 있되 풍부한 색감으로 회화가 가지는 우아한 표정 회의 회장직에 선출, 취임하면서 동료 선후배 작가들에게 포용력 있는 작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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