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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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91.0×116.8cm color ink on Korean paper 2018 91.0×116.8cm color ink on Korean paper 2018
2019. 5. 15 – 21 라이프러리 아카이브 갤러리(T.02-363-5855, 인사동)
2019. 6. 15 – 6. 23 이천시 아트홀 갤러리(T.031-644-2100, 이천)
숨-안녕 년 한국화 개인전 《산-꿈꾸다》(경인미술관)와 《제2회 FACO Art Festival》(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전시장)의 연필 소묘 개인부스전이다. 작가는 이 전시들
이영숙 개인전 을 통해 숙련된 산수화와 연필 풍경 소묘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전시 이후 이
영숙의 화풍은 점차 변한다. 붓 선으로 그리거나 면으로 농담을 표현하는 것
을 줄이고, 이전보다 더 많은 점을 겹쳐 찍어 산수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하
글 : 안진국 (미술비평가) 기 시작한 것이다.
점법에서 점묘법으로
‘점’이 불어넣은 생명 이영숙 작업의 이러한 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동양의 점법’에서 ‘서양의 점
이영숙의 미학은 점의 미학이다. 작가는 초창기 작업부터 점의 표현 방식에 묘법’으로 변한 표현 형식이다. 이런 변화는 점의 속성을 바꿔놓았다. 중국 청
심혈을 기울렸다. 하지만 초창기의 점은 그저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나라 초기에 편찬된 화보(畵譜)인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에는 점법만 36종
측면이 강했다. 그랬던 것이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조금씩 점에게 생 이 설명되어 있을 정도로 동양화의 점법(点法)은 다양하다. 산수화를 그릴 때
명을 불어넣었고, 마침내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서의 점으로 모습이 변한다. 나뭇잎, 풀 등의 입체감, 양감, 질감 등을 표현하기 위한 점법을 점엽법(点葉
‘죽어있는’ 점이 어느 순간 ‘살아있는’ 점으로 부활한 듯 보인다. 작가는 어릴 法)이라고 하는데, 표현 대상에 따라 그 점엽법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 작가
때부터 남종화의 대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외삼촌의 삶과 작업에 영향을 받 는 기본기에 충실했던 2013년까지의 초창기 진경산수화에서 이러한 다양한
아 그림을 그리다가 2009년부터 전시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 점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다양하게 구사하던 점법이 2013
다. 초창기 작가의 작업들은 산을 그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나 풍경 소묘 년 이후에는 유사한 형태를 지닌 점묘법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방
가 대부분인데, 이 작업들은 기본기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 주 식으로 점찍는 방식에서 일정하게 반복해서 찍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
요 소재가 된 산은 어머니와의 기억이 스며있는 장소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 다면 이것은 표현 방식의 퇴보인가? 그렇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점을 표현의
움이며, 어머니를 느낄 수 있는 포근함으로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수단에서 ‘점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2015
어쩌면 이 시기 기본기에 충실했던 것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하기 년 당시 동양의 정신성을 기존의 전통 방식이 아닌, 그것을 넘어서고 벗어난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특성을 아주 잘 보여준 전시가 바로 2013 서구적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서구적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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