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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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전시
Ice capsule 77×53cm oil on alluminum 2017 녹색 위의 붉은 사과 45.3×47.8cm oil on korean paper 2018
2019. 5. 9 – 6. 3 비디갤러리(T.02-3789-3872, 명동역 3번 출구 앞)
박성민ㆍ윤병락 2인전 윤병락의 그림이 주는 매력은 아마도 작가의 사물을 보는 시각과 공간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예사롭지 않은 시선의 높이를 갖고 있다.
비스듬한 각도도 있지만 대게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처럼 가파른 각도
의 부감법을 기용하고 있다. 이것은 회화에서 원근법과 소실점을 주로 하는
글 : 비디갤러리 제공
공간해석과는 매우 다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부감법의 적용은 우
리가 길거리에 놓인 사과궤짝을 볼때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전시장의 사과는
박성민의 그림은 다양한 형태와 문양이 새겨진 백자안에 담긴 얼음덩어리와 바로 땅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래서 재차 사
그안에 얼어있는 식물들을 보여준다. 좋은것들만 두루 모아놓은 듯한 그의 그 과를 응시하게 된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으며, 그럴수록
림은 세밀한묘사력에 힘입어 밝고 명료하며 부정적인 기색이 없다. 그의 작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증폭된다.
품은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의 붐과 더불어 인기가 치솟은 극사실주의 계열
그림의 특징을 공유한다. 박성민은 관심이 가는 사실이나 이미지의 파편들을 그의 작품은 사과이미지가 벽면에 위치함으로써 벽자체가 지지체의 구실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그림은 상상과 훈련된 손으로 출력한다. 자연스러운 정물 하게된다. 작가는 사과이미지를 벽에걸고 주위에 몇 개의 사과를 분산시킴
처럼 보이는 그의 그림은 그 내부로 접힌 여러겹의 상징이 존재한다. 그것은 으로써 화면외부의 공간까지도 작품의 부분으로 확대시킨다. 그에 의하면 “
수 천도의 열을 거쳐서 완성되었을 도자기와 차가운 얼음, 또는 광물질과 유 이는 공간속으로의 무한한확장”에 기인하며 “작품과 그 주변공간이, 즉 가상
기질의 극적인 만남을 보여주며, 삶과 죽음사이에 놓인생명의 양극단을 교차 의공간과 실존의 공간이 서로 호흡하는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시킨다. 얼음에 갇힌 유기물은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없으며, 그것은
일정한 틀 속에 갇혀 한시적인 영원성을 부여받는 현대적 삶에 대한 은유이다. 작가는 ‘시각적 즐거움’을 매개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이 친숙
그의 그림에서는 능란한 솜씨가 산출한 시각적인 향연속에서, 가장 생생한 하다는 것은 곧 공감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용을 공유한다는 뜻
순간에 틀지워진 상태로 응결되고, 이내 사라져야하는 현대인의 삶의 패턴 이기도 하다. 이렇게 작가는 사과를 매개로 감상자들과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
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내용물이 스러져도 굳건히 시간의 흐름을 견뎌낼 법 는 셈이다. 김춘수 시인의표현처럼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워 / 빛깔이 되고 향
한 단단한 용기(容器)들은 무상함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지켜 낼 예술의 위 기가 된”(김춘수의<능금>) 사과의 ‘남모를’ 사연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은 전
상을 예하는 듯 하다. 적으로 윤병락의 유쾌한 눈속임 그림 덕분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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