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2019년05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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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전시
Mt.Seorak 194.0×130.3cm mixed media on canvas
2019. 5. 30 – 6. 5 아트스페이스퀄리아(T.02-379-4648, 평창동)
이정원의 산 뿌려주는 비와 바람과 작열하는 태양과 천둥번개 등 생의 노고가 들어 있듯이
내가 본 종이 한 장에는 종이의 원재료가 태어난 산이 들어있다. 생성과 소멸
이정원 개인전 을 반복하는 윤회의 냉철함의 원리보다 생명을 품은 대자연의 자비로움에 기
대고 싶은 감성적인 따뜻함이나 삶의 환희, 기운생동함이 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고자 한다. 정보전달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날카로운 톱날에 의해
글 : 이정원 작가노트 파쇄된 종이를 폐기하기 직전 캔버스위에 올려 원래 그들이 왔던 자리로 돌려
보내고픈 마음으로 산으로 형상화하였다.
신새벽은 차갑고 고요하다. 자연을 보는 관점은 부감법을 선호하며 시점이 올라갈수록 각각의 바위는 형
산은 긴 어둠에서 色과 빛이 깨어날 채비를 하고 곧 떠오를 희망을 향해 아주 태가 조금씩 다르나 군집되어 있을 때 크기가 일정하며 원근감이 약화된다.
조금씩 길을 터준다. 해가 떠오른 후 바로 사라지지만 한밤중부터 새벽까지의 생김새는 다르되 높고 낮음이 없고, 크고 작음을 구별하기보다 서로 조화롭
기다림은 긴 희망을 품고 있는 시간일 것이며 그것을 찾아가는 길이 바로 暗 게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반영이다. 수천개의 종이조각을 붙이고 수천번
中摸索이 아닌가. 최근 전시의 주제를 ‘山中摸索’으로 정한 것은 暗中摸索에서 의 도색과 붓질을 통해 캔버스 위에 축적되는 형태는 노동집약적이며 인고
‘山’자를 바꾼 것이지만 그 내용과 의미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 과정을 거친 산물이다. 종이조각의 거친 matiere와 종이조각과 조각 사이
새벽은 내게는 가장 매력적인 시간대로서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에 생기는 음영은 그림과는 또다른 터치감을 형성하며 종이사이에 스며든 물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는’ ‘北靑물장수’처럼 머릿속이 淸淨해지고 집중력 감의 색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면서 optical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이 가장 강한 시간이기도 하다. 검은 나뭇가지사이로 언듯 언듯 드러나는 하 파쇄지가 갖는 질감에 붓질이 더해지면서 리드미컬한 회화적 공간이 연출되
늘의 북청색은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파쇄지를 오브제로 한 작업 며 그것은 자연의 氣運生動과 생명감으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좀
은 이제 10여년 되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종이의 物性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 연구해야할 과제이다. 나는 파쇄지조각같은 하찮게 여기는 것에 큰 의미
나에게 맞는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에 나는 아직 暗中摸索중이다. 한 장의 종 를 부여하여 끝없이 생성되고 소멸을 반복하면서 순환하는 생명의 원리를 위
이가 만들어져 잉크가 뿌려지고 정보를 전달하고 폐기되기까지의 고단한 여 와 같은 표현방식으로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며 앞으로도 다양하게 변용될 수
정은 우리 삶과 많이 닮았다. 쌀 한톨에는 땀흘리는 농부가 있고 봄날 촉촉이 있는 가능성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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