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0 - 한국 교회가 잘못 알고 있는_ 101가지 성경 이야기 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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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절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바치라고 명하신 후, 아브라함과 이삭이 두
사환들과 함께 길을 떠나 하나님이 지시하신 곳에 도착하여 사환에게 한 말입니다.
여기에서 아브라함은 사환들에게 거기에 있으라 명한 후, 이삭과 자신 둘이서만
제사드릴 곳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구절에 사용된 동사의 ‘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말의 경우, 주어에는 ‘단수’, ‘복수’가 나타나지만, 동사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즉,
“아브라함이 산으로 올라갔다.”와 “아브라함과 이삭이 산으로 올라갔다.”에서 동사는
‘올라갔다’로써, 단수이든 복수이든 같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우리말 외의 다른
언어들 중에서는 동사도 성, 수, 격에 따라 변화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구약
성경의 기록 언어인 히브리어도 이런 류의 언어에 해당합니다. 즉, 히브리어에서는
주어가 단수일 때 사용하는 동사와, 복수일 때 사용하는 동사가 모양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국어에서는 주어가 아브라함이든, 아브라함과 이삭이든 동사에 변화가
없지만, 히브리어에서는 “아브라함이(단수) 산으로 올라갔다.”와 “아브라함과
이삭이(복수) 산으로 올라갔다.”의 ‘올라갔다’가 모양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히브리어에서 5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히브리어에서 5절의 동사는 모두 1인칭 복수형입니다. 5절에서 아브라함은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경배하겠다.”에도 복수형 동사를 사용하고 있고,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에도 복수형 동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아브라함은 “우리가
경배하고, 우리가 돌아오겠다.”고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 사실은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가장 소중한 독자
이삭을 바치기로 작정했다.”는 생각에 치명타를 입힙니다. 지금 아브라함은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고 오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그는 돌아올 때는
혼자여야 하므로 ‘돌아오겠다’라는 말에는 복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아브라함은 지금 이삭과 “함께” 가서 예배하고, 이삭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아브라함은 애초에 하나님께 이삭을 드리고 혼자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반갑게도 새로 번역한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이것을 ‘우리’를 넣어서 번역을
했습니다. 아마 이 내용을 알고 있는 분이 번역을 한 것 같습니다. 창세기 22장
5절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에 아브라함이 종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 기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