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5 - 한국 교회가 잘못 알고 있는_ 101가지 성경 이야기 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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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의 한국 교회의 환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96번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멜 깁슨은 로마 교회의
색깔이 그나마 많이 희석된 제2 바티칸 회의를 따르지 않고, 트렌트회의, 즉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당시에 종교개혁에 대항하여 더 견고하고 강력하게 로마
가톨릭교회의 색깔을 근본적으로 주장한 내용을 좇는 보수진영의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가 만든 영화는 지독히도 “개신교에 반하는” 즉, “로마 가톨릭교회의
우상숭배 냄새가 풀풀 나는” 종류의 영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회가 쌍수를 들어 로마 가톨릭교회의 영화를 대환영했던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누가 만든 것인지, 무슨 종류의 영화인줄도 모르고
주위 사람들이 이 영화를 격찬하는 가운데서 좋은 영화인줄만 알고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점점 더 강하게 든 생각은 “이건
지독하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대다수의 한국 교회 성도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놀라울 정도로 은혜를 받고”(눈물을 흘리거나 통곡하는 성도들도
많습니다), 교회마다 믿는 사람들이 있는 곳곳마다 재방송에 재방송을 연이어 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실로 지금까지도 고난 주간이 되면 이 영화를 교회당에서
공식적으로 공동 관람하는 일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 주는 바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신앙이 로마 가톨릭교회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
영화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이해”와 “로마 가톨릭교회의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이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복음의 기초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그리고 있는 “그리스도의 고난”은 현격하게
그리스도의 “육체적 고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멜 깁슨이 이 영화를 통해
보인 것은 사실상 로마 가톨릭교회에 있는 “십자가의 14단계”(the fourteen stations
1)
of the cross)라는 것을 도식화한 것입니다. 예전에 혹 성당에 다녀 보셨거나,
성당이나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 기념 묘지 등에 가보신 분은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
예수님이 유죄 판결을 받는 장면에서 무덤에 이르시기까지의 과정을 14개의 ‘경건한
1) T. G. van Raalte, “A Movie: The Passion of the Christ”, Clarion, Volume 53, No. 8 (April 9,
2004), p.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