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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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월륜관이라는 것은 바로 우리로 하여금 본심의 위치를 알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월륜관뿐만 아니라 아자관, 오상성신관 등도 나옵니다만 밀교에서 관을 한다고 할 때는 머리
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체득하고 증득해야 되는 겁니다. 체득이라 할 때 체는 몸 체(體)자입니다.
몸으로 얻어야 합니다. 머리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월륜을 하려면 달의 모양을 그려야 하는데 달
의 모양을 머리로 그리더라도 머리로 그리는 이 내용이 몸으로 체득되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월륜
이 몸으로 체득이 되도록 하려면, 월륜관이 제대로 되도록 몸의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겁니다. 그
몸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 바로 삼밀로 말하면 신밀(身密)이고, 그렇게 해서 몸의 조건을 갖춰서 월
륜을 관하려고 할 때, 이제 우리가 옴마니반메훔을 하고 진언을 외우면 그 진언의 소리와 월륜관
등 밀교의 관법을 행하려고 할 때, 그 관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갖춰진 몸의 조건과 염송하는 옴마
니반메훔 소리가 어우러져 공감하고 공명해서 이게 하나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몸과 소리가 하
나로 어우러진 거기에 내 마음을 딱 갖고 거기에 생각을 넣으면 단순한 머리로 상상하는 것이 아
니라 몸으로 체득되는 단계로 가는 겁니다. 몸으로 체득되는 단계가 되면 명확하게 내가 생각하고
관을 하고 있는 그 내용이 내 손으로 잡히듯이 꽉 부여잡은 느낌이 듭니다. 단순히 생각으로 그치
는 것이 아니라 견고하고 확실해지면 번뇌가 들어와도 엉뚱한 생각으로 안 빠지는 겁니다. 집중하
려고 하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딴 데 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심인당 오기 전에 과거의 생각, 꿈나라,
몽롱한 혼침의 상태 등 나도 모르는 가운데 생각이 그쪽으로 가버립니다. 그런데 관법이 분명해져
손에 꽉 움켜질 정도가 되면 번뇌가 들어온다 해도 내 마음이 뺏길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관을 한
다고 할 때 [청정도론(淸淨道論)]에서는 4가지 뜻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대상에 깊이 들어가
는 것, 두 번째는 파지(把持) 즉, 손으로 꽉 움켜쥐는 것 등의 뜻이 있는데 관을 한다고 할 때는 그
런 정도의 상태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한 번씩 열어 보입니다만 [진각교전] 49쪽 육자관념도에는 오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종
조님이 역리법까지 플러스시켜 표현한 것인데 오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오선은 신경 쓸 필요 없고
동그라미가 월륜의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그림에 나와 있듯이 꼭 동그랗게가 아니더라도 그러나
종조님이 선으로 그어 놓은 것은 꼭 선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분명해 진다는 것이며,
모습이 분명해 진다는 것입니다. 모습이 분명해 진다는 것은 그 월륜이 내 손에 잡히듯이 꽉 잡혀
서 분명해졌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 어떤 번뇌가 일어나더라도 그 생각에 내 마
음의 본심이 뺏기지 않게 겁니다. 본심이 뺏겼다는 것은 탐진치 번뇌 덩어리로 다시 가렸다는 겁니
다. 그 생각은 스스로 일어나는 생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생각일
수도 있는데 스스로 일어나는 생각은 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적인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것
은 엄청나게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는 그런 생각들인데 그런 생각들이 일어날 때 조차도 분명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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