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6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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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순 朴民淳                                   통 튀어 오른 지우개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빠르게

                                           1956 ~               싱크대 앞으로 굴러가더니
                                          시인. 충남 천안출생.          설거지하던 아내의 발뒤꿈치를
                                        경성종합고, 수원대 문            툭 치고는 이내

                                        예창작과정을 수료했              멈추어 섰다
                                        다. 시집으로는 『어머            아직도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여
                                        님 생각』(1990 한 믿          지우고 또 지우는 나를

                      음), 『아내의 지우개』(2016 한국문학세상). 시             오디처럼 탱글탱글 여문 눈빛으로
                      집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살아계실                    곱게 째려보는 아내

                      때 효도하지 못함을 후회하는 마음과 인생                    내 삶은 연필과 지우개만으로도
                      60년을 회고하며 고통과 절망, 그리고 그리                  자유로운 삶이었지만
                      움으로 점철된 휴머니즘이 주류를 이루고 있                   아내는 내게서 떨어져 나온

                      다. 인간에 대한 애이불비 마음과 겹쳐지는                   수북한 지우개밥을 치우느라
                      한 형태의 삶의 그리움이 형체가 모아졌다                    물기 마를 새 없는 행주였을 것이다.
                      없어졌다하면서 숙명처럼 시에 투영된다.

                        E-mail : literms@hanmail.net



                      아내의 지우개                                   박병철 朴炳喆


                      서랍을 여니                                                         1963. 9. 2~

                      구석으로                                                          시인. 경기 평택출생.
                      또르르 굴러가는 지우개                                                평택한광고등학교. 『사
                      본래 네모였을 텐데                                                  막의 말』(1999년 시문

                      세월의 무게 지우느라                                                 학사). 『시문학』우수작
                      둥글둥글 모서리 닳았다                                                품상으로 데뷔(1996).

                      손바닥에 지우개를 올려놓고                            수상 올해의 젊은작가상(경기문학인 협회
                      이리저리 굴리다가                                 2004). 시는 지식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아차 하는 순간                                  시는 체험이 상상의 마차를 탔을 때 비로소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시가 탄생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절망과




                      304  이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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