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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이라는 말은 아직 학문상으로는 정확히 규정을 내리기 어려운 술어 중의 하나이다. 따라
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민간신앙이라는 개념은 매우 애매하여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
고 있다. 속신(俗神) 또는 미신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만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고, 점복(占卜)·금기(禁
忌)·주술(呪術)의 현상이나 신흥종교의 특별한 점을 민간신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무속신앙(巫俗信仰)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고, 원시신앙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민간신앙의 가장 보편적인 의미는 민족적 특성이 강한 민속종교나 신앙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18)
이에 경전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적 행위와 구분 지어 초자연적 현상에 대비한 자연적 종교 행위에
해당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종교를 인위적 종교와 자연적 종교로 구분할 때 후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전자는 불교나 기독교
등과 같이 교조에 의한 교리가 문서화되고 이것을 중심으로 인위적 조직을 갖는 인위적 상황의 종교
이며, 후자는 무속신앙이나 풍수신앙 등과 같이 인위적 상황이 배제된 자연적 상황 속의 종교이다.
따라서 민간신앙의 전승자인 민간인 자체가 인위적 상황 이전의 자연적 상황 속에 있는 자연인이다.
이와 같이 자연 속에 사는 자연인으로서의 민간인의 생활을 통해서 전승되는 자연적 종교 현상을 민
간신앙이라 한다. 민간신앙의 종류로는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신년제를 비롯
19)
한 계절제, 가신신앙, 동신신앙, 무속신앙, 독경신앙, 풍수신앙, 동물신앙, 민간 의료 등이 있다.”
오산시의 민간신앙은 그러한 면에서 가신신앙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각 가정만의 특징을 대상
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일반가정에서 행하여졌던 신앙을 대상화함으로써 오산시의 일반
적 특성을 기록하여 두고자 하는 것이 본고의 목적임을 밝히어 두고자 한다.
1. 마을별 개관
민간신앙은 모시는 신격의 종류와 범위가 가정마다 제각각이다. ‘업’의 경우를 보면 재물을 지켜주
는 신격이니 어느 가정에서나 모실 법 하지만 ‘터주’의 보편성에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하루의 끼니
를 걱정하는 일반가정에서 ‘업’을 모신다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능에 가깝다. 지켜야할 곡식도 재물도
없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었고 각 가정의 궁핍한 삶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업’에 비하여 ‘터주’가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농토를 갖고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
오산시사 ‘터주’를 모셨다는 것은 농토가 있었다는 의미이며, ‘업’을 모셨다는 것은 농토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
라 먹고 사는 일에는 지장 없이 남는 곡식도 있었다는 생활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라 판단한다.
그러니 마을별로 어떤 신앙이 존재하였는가 하는 것은 마을의 규모나 빈부의 정도를 드러내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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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18)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68 19) 『다음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