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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에 놓고, 터줏가리에 놓고 대문간에 술 석 잔과 떡을 시루째 갖다놓고 떡을 떼어서 밖으로 던
진다. 그런 다음 그것을 다시 쓸어서 접시에 담고 술을 한 잔하고 물하고를 제석주머니 앞에 놓고 하
였다.
제보자의 댁에는 업가리가 없지만 마을에서 업을 모시는 집들은 있었다고 한다.
2. 업
‘업(業)’은 생계와 관련된다. ‘터주’도 신체(神體)의 형태나 모양면에서는 ‘업’과 긴밀하다. 형태에서
는 업의 크기가 터주의 몇 배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의미적 측면에서 넓게는 생계와 관련이 있
으나 터주는 생산을 관장한다면 업은 생산된 것들을 지키는 것을 담당한다. 오산시에는 업을 모시는
신체인 ‘업가리’의 전승이 미약하였다. 다만 그 형태나 의미에 대하여는 대동소이하여 두곡동에서 조
사된 업가리의 형태가 일반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업신앙에서 업의 신체가 다양하였다는 점을 확인하여 두고자 한다. 같은 지역이라
도 차이를 보이는 점이 다른 민간신앙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성주신앙의 경우도 항아리의 형태, 복
숭아 나뭇가지에 한지를 사람모양으로 오려 모시는 형태, 한지를 네모나게 접어 벽에 붙이고 쌀을 뿌
려두는 형태 등이 나타난다.
또 업은 가정마다 다양한 업이 존재한다. 경기도권에서는 구렁이를 업으로 모시는 경우가 일반적
이었다고 추정된다. 경기도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 오산시와 화성시, 수원시 등만을 일
반화시킨다면 구렁이 업이 일반적이라고는 어느 정도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족제비, 토끼, 돼지 등
의 업이 있으며 화성시 정남면에서는 인업을 모시는 가정이 조사되고 기록된 바 있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소개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와 양주시의 업신앙을 참고하면 오산시와의 비
교가 용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업왕(業王), 업대감, 업항아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남시 수정구 오야동에 거주하는 박광수씨
(1942년생)에 의하면, 현재 이 업신앙을 따로 모시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인업[사람, 인업(人業)], 긴업
[구렁이, 사업(蛇業)], 족제비업[유업(鼬業)]등의 업이 있었으며, 이 업에게는 집안에 재물이 쌓이기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업신앙은 특별히 신체(神體)가 마련되지 않지만, 집안에 업이 있는 경우에는 항
아리 안에 쌀을 담아 광이나 부뚜막 안쪽에 놓거나, 일부는 집안의 정결한 곳을 택하여 단(壇)을 만든
오산시사 다음 항아리에 벼나 곡식을 담아 단 위에 놓고 볏짚으로 주저리를 만들어 씌운다.” 20)
인용글의 제보자가 성남시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필자가 조사한
지역들의 업신앙과는 차이를 보이는데 업항아리를 모신다는 점이다. 다만 화성시 정남면의 경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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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서 인업(人業)을 항아리로 모시는 경우는 조사된 바 있다. 인업을 항아리의 형태로 모셨다고 하면 경
178 20)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