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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렀다 한다. 음력 정초 때 풍물패가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6) 장문잡기
돌돌이를 마친 뒤 굿당에 와서 쌀섬에 앉아 있는 군웅할머니를 향해 화랭이와 악사들이 열을 지어
늘어선다. ‘화랭이가 명금이하(鳴金二下) 대취타(大吹打)하라’하고 구령조로 소리치면 징을 두 번 치
고 악사들이 해금, 젓대, 피리, 장구, 북으로 취타를 친다. 취타를 마치면 화랭이가 나아가서 관아의
신임사또에게 관속들이 현신하듯 ‘이방이요 호방이요 급창이요.’하고 관속들의 이름을 부르며 혼잣말
로 현신하는 시늉을 한다. 군웅할머니는 ‘이 마을에 광대 화랭이가 있느냐.’하고 물으면 화랭이가 있
다고 대답하고 앞에 나가 단가 한자리를 부르고 대취타 연주와 가야금 뜯는 흉내, 각 도 소리 등 온갖
재주를 보임으로써 군웅마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 굿이라기보다 장기자랑 또는 여흥을 즐기는 듯하
다. 동해안별신굿의 문굿과 비슷하다고 한다.
7) 시루말
시루를 얹은 소반과 쌀을 얹은 소반을 제상에 놓고 당주가 절을 하면 화랭이가 마달을 시작한다.
마달은 굿에서 부르는 서사무가를 지칭하는데 문서를 뜻하기도 한다. 시루말은 칠성굿이라고도 하며
자손의 수명장수를 위해 칠성님께 빈다. 시루말이 끝나면 대체로 저녁을 먹는데 마을 노인들이 먼저
상을 받고 자손들이 올리는 술을 마시며 악사들이 연주하는 장단에 여흥을 즐긴다고 한다. 시루말 내
용은 1937년 아카마쓰 지조와 아키바 다카시가 출간한 『조선 무속의 연구』에 채록돼 있다. 채록은 오
산의 세습 무당인 이종만이 구연한 것으로 ‘창세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기도 유일의 무가이기도
하다.
8) 제석굿
제석(帝釋)은 수명과 자손, 생산을 관장하는 신령을 말한다. ‘삼불제석(三佛帝釋)’으로 불리기도 한
다. 우리나라 무(巫)의 신령으로 제석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桓因) 제석을 기원으로 한다. 고려
시대 일연(一然)이 쓴 『삼국유사』에서 단군의 할아버지인 한민족의 천신을 환인제석이라 표기한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있다 한다. 제석굿은 화랭이의 제석청배와 무녀의 제석바라춤으로 마무리된다. 화랭
오산시사
이가 제석청배를 판소리 형태로 부르게 되는데 경기도당굿의 제석청배를 당금애기풀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금애기 신화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무속신화로 지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경기도당
제 굿 당금애기풀이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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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당금애기라는 인물이 좋은 처자가 살고 있어 선비들이 저마다 구경하려고 했으나 석삼년
242 을 기다려도 못 보았다. 불도(佛道)가 깊은 스님인 제석도 그곳으로 가 기다리던 선비들과 내기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