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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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으로 취급하면서부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복본(複本)하고자 등장한 것이 단
군의 홍익인간 정신이었다.
그 홍익인간 사상이 조소앙의 삼균주의(三均主義)로 발의되고, 안재홍의 신민족
주의로 이어지며, 상해 임시정부의 건국 강령으로, 1945년 8.15 광복 후에는 대
한민국 교육이념으로 채택되고 일민주의(一民主義)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안호상
의 일민주의가 이승만 정권의 찬양에 악용된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일제하 조국독립의 명분과 해방정국의 건국이념을 위
해, 또한 국민 철학의 하나로 추진된 홍익인간 정신을 오히려 민족주의로 매도
하고 폐기처분 하자고 말한다면, 우리의 민족 사상으로 그 무엇을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분명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먼 민족이다. 아니 민족주의 비슷한 것이라
도 한 번쯤이라도 해봤다면, 홍익인간 사상 때문에 민족주의가 우려된다는 말을
백 번이라도 들어도 좋을 것이다. 삼국통일 시대에 수만 명의 백제인과 고구려
인들이 당나라에 노예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임진왜란 때 끌려간 10만~40만의 노예(포로) 중에는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넘
겨져 서양으로 팔려간 사람들도 있었다. 병자호란 때는 최고 60만 명이 노예로
끌려간 아픈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이 불과 100년 전 일본에 의해 또다시 무참
히 짓밟히는 상황이 일어났다.
1907년 도쿄 만국박람회가 일본에서 열렸다. 그때 조선은 이미 일본의 수중
에 넘어간 뒤였다. 그 박람회에서 지금으로는 가히 상상도 하지 못할, 민족 자존
심이 송두리째 박살 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일본이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우리에 가둔 것과 같은 인종 전시장을 박람회장의 별도 코너로 마련했다.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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