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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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느 신자가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를 드렸다. 기도 제목은 복권(福券)에 당첨되
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주택복권도 있고, 연금복권도 있겠지만, 기왕에 부탁의
기도를 드릴 바에야 한밑천 단단히 잡을 수 있는 로또복권이었다. 하지만 하느
님으로부터 “예끼 이 사람아! 복권이라도 한 장 사놓고 기도하라”는 핀잔을 들
었다는 것이다. 복권도 사지 않고 그저 입으로만 당첨되게 해달라고 새벽기도부
터 하니, 하느님으로서 답답한 노릇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말이겠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인간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나타내
는 한 일화임에는 틀림없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성사되는 것
은 하늘의 뜻이라는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의 의미다.
그 복권을 열심히 사러 다닌 사람이 바로 복부인(福婦人)이다. 그들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복덕방(福德房)에 모이다 보니 그렇게 불렸나 보다. 서울 여의도에 이어
강남 개발이 한창 진행될 무렵인 1970년대부터 등장한 복부인들이 그 당시 산
아파트 입주 ‘딱지’는 복권이라고 할 만큼 큰돈을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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