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P. 175
조화와 질서의 미학
50여 년 전의 일이다. 영국의 한 노신사가 한국을 방문하고 파고다 공원을 들
렀을 때 할아버지와 손자의 다툼(?)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곳에는 마침 노인 여
러 명이 빙 둘러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는데 손자가 할아버지의 팔을 잡아끄는
것이다. “할아버지 엄마가 진지 잡수러 오시래요.” “야 이 녀석아 밥이고 뭐고
장기 질 판이다.”… 할아버지의 어깨를 비비며 집에 가자고 보채는 ‘손자’와 장
기가 질 판이니 좀 기다리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영국의 노신사는 크게 감명
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비록 한국이 지금은 전란으로 폐허가 됐지만, 이 나라는 머지않아 선진
국가로 도약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그리고 그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할아버
지와 아버지, 손자에 이르는 한국의 효(孝)사상과 가족제도를 관찰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차 한국이 인류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 사상일 것이다. 만약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지구에서 꼭 가지고 가야
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