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월간사진 2018년 11월호 Monthly Photography Nov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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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8-10-22 오후 2:13 페이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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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우드 카메라
로사 0190
소형 파노라마 포맷 목측식 카메라
(슈나이더 앵글론 90mm F6.8)
카메라도 만들고 사진도 찍는다고 들었다.
태국의 한 국제기구에서 사업개발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0년 초 쌍둥이를
갖게 되면서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업무
와 관련해 해외 출장이 잦아져 그때마다 풍경과 거리를 스냅으로 촬영한다. 출장
유민02612 지에서 글을 쓰고,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최근
중형 6x12 포맷 목측식 카메라
(슈나이더 슈퍼 앵글론 65mm F5.6) 내 삶의 즐거움이다.
어떤 계기로 우드 카메라를 만들게 되었나.
오래전 우연한 계기에 나무로 제작된 핀홀 카메라를 갖게 되었다. 나무에서 올라
오는 따스한 감촉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핀홀 렌즈 특성상 해상력이 좋지 않아서
미나66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나무에 일반 렌즈를 매립해 촬영해보면 어
중형 6x6 포맷 목측식 카메라 떨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바로 실행에 옮겼지만 제작이 결코 쉽지만은
(슈나이더 슈퍼 앵글론 65mm F8)
않았다. 인터넷과 책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갔
다. 그렇게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고 매뉴얼을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카메라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디자인을 한다. 포맷을 정하고 나면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이후 렌즈를 물
색한다. 광각이면 플랜지백이 짧아져 날씬한 바디를 구현할 수 있다. 다소 복잡해
지긴 하지만 원한다면 렌즈 교체가 가능한 바디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망원은 반
대다. 렌즈를 구하면 그때부터 치수 계산 등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간다.
그런 다음 제작을 시작한다. 디자인 설계를 토대로 하여 나무를 깎고 다듬는다. 먼
지가 폴폴 나는 환경에서 최대한 정교하게 작업해야 한다. 렌즈나 뷰파인더처럼
광학적으로 개인이 구현하기 힘든 부품은 제외하고 바디와 필름실 등은 모두 공방
앨린코드
중형 6x6 포맷 TLR 에서 만든다. 물론 렌즈 내에 별도로 공수한 셔터를 삽입하기도 하고, 뷰파인더를
(제너 75mm F3.5)
분해해서 우드 디자인으로 커스터마이징 하기도 한다.
바디가 완성되면 테스팅 과정을 거친다. 만들어진 바디에 렌즈를 체결한 다음 초
점과 빛샘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후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그때 비로소 나무
에 오일을 올린다. 예쁜 이름을 붙이고 바디에도 새겨 넣는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
간은 디자인과 설계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말 작업으로만 하나를 만드는 데 3~4개
월 정도 소요된다.
유스티노669
중형 6x6, 6x9 멀티 포맷 목측식 카메라
(슈나이더 제노타 80mm F2.8)
그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다.
첫 핸드메이드 카메라 ‘로사0190’을 만들 때였다. 처음이다 보니 정말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책과 인터넷으로만 보던 수치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게 가장 큰 도
전 과제였다. 특히, 플랜지백 설계 과정은 정말 골치 아팠다. 나름의 계산으로 렌즈
를 매립하고 촬영한 뒤 초점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만드는
게 필름 카메라라는 것이다. 테스트를 위해 ‘촬영→현상→스캔→초점 확인→플랜
지 백 재조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단계를 무려 10차례 이상 반복했다. 지금 생
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목재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별히 나무로 제작한 이유가 있나?
로사DN
중형 6x6 포맷 목측식 카메라 나무 소재만이 가진 특별한 감성이 있다.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그 느낌은 말로 표
(로덴스톡 아포 그란다곤 45mm F4.5) 현하기가 어렵다. 필름의 아날로그 감성은 우드카메라를 만났을 때 진가가 발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