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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등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B씨는 35도 가까운
폭염 속에 찜통이나 다름없는 방바닥에 누워 숨져 있
었다. 방안에는 꺼져 있는 선풍기 하나만 덩그러니 놓
여있었다. 검안 의사는 사망 원인을 폭염으로 인한 급
성 심근경색으로 추정했다.
지난 6월 23일 강원도 횡성에서는 숨진 아내의 시신
옆에서 거동 못 하는 남편이 아사 직전에 발견되는 안
타까운 일도 있었다.
경찰은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아들의 전
화를 받고 현장을 확인했다. 경찰은 "방충망을 뜯고
집에 들어가 보니 할머니(76)는 방바닥에 누운 채 숨
져 있고, 그 옆에 기력 잃은 할아버지(77)가 겨우 눈만 까지는 모금을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
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로 했다. 제천 소녀상 설립 예정지는 을미의병 당시
숨진 할머니는 평소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앓 치열한 남산전투가 벌어졌던 의병운동 유적지 의병
으면서도 거동을 못하는 남편의 대소변까지 받아내 광장으로 확정했다. 제천 소녀상은 '의병의 고장'에 어
면서 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 울리도록 진취적이면서도 밝고 희망찬 이미지로 제
하면서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는 작된다.광복 71주년 광복절을 전후해 전국에 소녀상
노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건립 물결이 일고 있다. 19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증 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국에 세워진 소녀상은 42곳에
가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녀상이 완성됐지만, 공식
방문 보호 사업 등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 제막을 안 했거나 건립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곳도 일
다.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권중돈 교수는 "1인 가구 증 부 있는 것으로 나눔의 집은 보고 있다.
가와 더불어 가족이나 이웃 간 연결 고리가 약화되면 광복절인 지난 15일 충남 논산 시민공원과 경기도 안
서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지자 산 상록수역 남쪽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체가 홀로 사는 노인을 자주 찾아 말벗이 돼 주는 등 두 곳 소녀상 모두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펀딩 등을
사회적 차원의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통한 시민 참여로 건립됐다.
조언했다.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에는 경기도 오산과 전남도
청이 있는 무안 남악신도시 소녀상이 한꺼번에 모습
광복 71주년 방방곡곡 을 드러냈다. 오산 소녀상은 지역을 상징하는 시청 만
남의 광장에, 무안 소녀상은 전남 출신이거나 이 지역
'소녀상'건립 물결…40곳 돌파
120 에서 역사적 위업을 이룬 윤선도, 정약용, 이순신 등
의 흉상이 설치된 중앙공원에 건립돼 의미를 더했다.
요즘 충북 제천시에서는 불볕더위 못지않게 모금운
경기도 군포와 전북 남원, 전남 목포, 충남 아산 등에
동 열기가 뜨겁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안타까
도 최근 잇달아 소녀상이 세워졌다. 앞으로도 서울 동
운 희생을 기리고 평화 염원을 담은 '평화의 소녀상'
작구와 강북구, 구로구, 인천, 경기도 김포, 강원도 춘
건립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이 한창이다. 제천시 평화
천, 충남 서천, 전남 담양·여수, 대구 등 전국에 걸쳐
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오는 10월 초 제천 의병
소녀상 건립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조만간 건립될 소
제 개막 이전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막바지 모금
녀상까지 포함하면 연말까지는 전국 소녀상이 60여
운동에 나섰다.
곳에 이를 전망이다.
소녀상 완성에 한 달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이달 말
지난 7월 유희남 할머니의 별세로 생존자가 40명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