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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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사과나무                              모과나무


                             원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니고 일꾼을 구하기가 쉽지도 않거니와 판매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처
                             음엔 부안읍내의 도매시장에 내다 팔았고 인근 동네사람들은 우리 집 사과가 맛있다고 하여 조금씩
                             사가기도 하였지만 사과농장을 계속하기엔 어려움이 있고 나무가 노화되어서 나중에는 모두 캐버
                             렸다. 사과농장을 할 때 아버지는 시집간 딸들에게도 가끔씩 사과를 보내주셔서 사과를 많이 먹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 사서 먹는 사과 맛이 예전의 우리 집 사과 맛보다는 못한 것 같아 그 때의 사과

                             맛이 그리워진다.
                               오동나무와 박태기나무 사이에 심겨 있던 포도나무는 줄기도 굵었고 가지를 잘 유인하여 키웠건
                             만 큰 오동나무의 그늘과 농약을 하지 않은 탓인지 제대로 된 보라색의 포도열매가 익지 않았다. 그

                             래서 포도나무가 자연스레 없어진 것 같아 아쉽지만 알알이 박힌 포도송이처럼 소망하는 꿈들이 알
                             알이 영글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포도를 그려보았다.
                               과일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예쁘지 않은 모과는 심은
                             지가 오래되어 나무줄기가 상당히 굵고 커서 매년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처음엔 모과 청이 감
                             기나 기관지에 좋다고 하여 열심히 주워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주고 집에서 얇게 저며 청을 만들었지

                             만 실제 잘 먹지도 않아서 요즘엔 그냥 방치해 두었더니 마당에 떨어져 검게 변해버린 열매가 나뒹
                             굴고 있으니 이를 어쩌랴……. 열매가 많이 열리니 크기는 더 작아져서 인기도 시들어진다. 이처럼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식물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감내하며 집안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아서 어느 하

                             나 소홀하게 대할 수가 없는 마음이 든다.



                               맺는 말




                               우리 집안에 있는 식물위주로 글을 쓰다 보니 부안 지역의 식물 종류를 이야기하기에는 턱없이 부
                             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부안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라거나 재배하는 식물이 어떤 종류인가를 살피
                             려고 노력하였다. 가급적 쉬운 용어를 사용하려 하였으나 약간의 전문용어 사용은 피할 수 없었음을

                             밝히며,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식물들은 알게 모르게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에 식물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안에서도, 우리집에서도 식
                             물은 늘 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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