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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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굴 ! 나라를 지키고 도적을 쫒아내려 일어선 이름 없는 의병들의 눈물겨운 행적들이 한 세기가 지난 현
이 기 록 재 이대로 묻혀서 사라지고 말 것인가? 생각할수록 가슴 아프다. 구전되던 의병들의 이야기가 듣
기 어려웠던 이유가 있었으니, 의병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일제에 알려지면 가혹한 수난을 당
했기에 가족과 친지간에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다 보니 금기된 이야기가 되고 사실들이
망실되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의병운동이라는 귀중한 역사를 잃어버린 것만 같아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은 죄스럽고 안타깝다.(본문 중에서)
한말 변산의병 이야기
김형주 (사)부안이야기 고문, 전 부안여고 교장
일찍이 유우석(劉禹錫)은 그의 명문 ‘누실명(陋室銘)’에서 명산(名山)과 영수(靈水)를 일러 “산이 비록 높지 않
아도 거기에 신선(神仙)이 살고 있으면 명산(名山)이요, 물이 비록 깊지 않아도 용(龍)이 깃들어 살고 있으면 영
수”라고 정의하였다. 이는 도교적인 입장에서 명산과 영수를 본 것이다.
변산은 비록 500m 내외의 산이요 신선이 살고 있지 않지만 명산이다. 소 천엽 속 같이 첩첩한 겹산으로 이루어
진 변산은 골골에 층층한 단암(斷岩)이요, 그 아래 흐르는 젖줄 같은 계류의 물줄기는 어머니의 젖가슴 같다. 이
고장 사람들은 이 어머니 같은 산을 의지하고 살면서 침략자들에 맞서 고향을 지켜냈으니 어찌 명산이 아니랴.
102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